쿠팡과 월마트는 어떻게 다른가? [광화문]

원종태 에디터 2021. 3.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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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이달 중 뉴욕증시에 상장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문뜩 15년 전 월마트의 철수가 오버랩 됐다. 세계 1위 월마트는 왜 한국 유통시장에서 실패했을까? 반면 햇병아리였던 쿠팡은 어떻게 쟁쟁한 경쟁자들을 뛰어넘을 수 있었을까?

15년 전인 2006년 5월 22일 발표는 그만큼 기막힌 반전이었다. 이날 신세계(이마트)는 월마트 매장 16개를 825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1위 월마트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다니…

사실 1998년 월마트가 강남점을 시작으로 서울에 입성할 때만 해도 시장 장악은 '시간 문제'로 통했다. 당시 서울 대형마트 시장은 이마트가 창동점 1개만을 운영할 때였고, 하나로마트가 창동점·양재점 2개를 가동하는데 그쳤다. 그마저 롯데마트는 서울에 점포조차 없었다.

이런 한국 시장에 전 세계 1만개 점포를 운영하며, 직원수만 220만명에 달하는 월마트가 진출했으니 사람들은 승부가 끝났다고 봤다. 하지만 월마트는 생각보다 뻗어나가지 못했다. 점포 1개를 내려면 당시 500억원이 들었는데 8년 간 16개 점포를 오픈하는데 그쳤다. 그마저 여의치 않자 신세계에 모두 매각하고, 한국 시장을 떠났다. 2005년 월마트의 마지막 성적표는 영업적자 99억원이었다.

월마트는 상품 가격을 무조건 낮추려다 보니 매장 운영에 들어가는 다른 비용은 최소화하려 했다. 손님들을 응대하는 매장 내 직원들도 많이 두지 않았다. 고객들이 쇼핑하다가 뭔가 궁금한 점이 생겨도 매장에 물어볼 직원들을 찾기 힘들었다.

창고를 옮겨 놓은 것처럼 잔뜩 쌓아올린 상품 진열도 한국 고객들을 힘들게 했다. 포장 단위가 워낙 대용량 중심이다 보니 고객들이 구입을 망설였다. 5~10개면 충분한 상품을 30~40개 단위로 사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식 경영 마인드와 한국식 소비자 불편은 곳곳에서 서로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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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바로 이 지점에서 월마트와 180도 달랐다. 쿠팡은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그 어떤 테두리에도 가두려 하지 않았다.

쿠팡은 자신들의 사업을 끊임없는 '가설의 검증'이라고 여겼다. 이 가설을 검증하는데 'MVP( 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이란 개념도 도입했다. 쿠팡은 새로운 서비스를 전사적으로 확대하기 전에 반드시 MVP로 만들어 빠르게 검증했다. 가설이 먹혀들면 더 확대했고, 그렇지 않으면 곧바로 접었다.

쿠팡이 1년여만에 중단한 '2시간 배송 서비스'가 그런 경우다. 이 서비스는 "전국 어디서든 주문 시 2시간 안에 배송을 해주면 더 많은 고객들이 쿠팡을 찾지 않을까?"하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가설을 제대로 검증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었다. 쿠팡의 전국 물류 시스템을 모조리 바꾸는 모험도 해야 했다. 이렇게 엄청난 돈과 수고를 들여 2시간 배송시스템을 구축했는데, 만약 고객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면 여간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쿠팡은 일산 지역을 중심으로 이 가설을 아주 작게 시험했다. 이렇게 하는 데는 돈과 시간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았다. 그 결과 소비자들 반응이 생각만큼 신통치 않았다. 매출 증가도 생각보다 별로였다. 그러자 2016년 9월 쿠팡은 이 서비스를 곧바로 중단해 버렸다. 쿠팡은 이런 식으로 월마트는 물론 이마트와 롯데마트조차 하지 못하는 고객 서비스들을 하나 둘씩 만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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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 패스트( Fail Fast)'. 쿠팡이 전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5가지 핵심 가치 중 이 가치야말로 오늘의 쿠팡을 있게 한 압도적 전략인지 모른다.

다시 되돌아올 수 있다면, 한번 가보면 그만이다. 만약 가설이 잘못됐다고 생각되면 다시 돌아오면 된다. 하지만 한번 갔다가 돌아올 수 없다면 더 신중해야 한다. 이때는 MVP를 통해 '정탐병'을 보낸다. 그렇게 경쟁자들은 눈치를 보며 차마 시도 못하는 혁신들을 쿠팡은 'MVP'와 '페일 패스트'로 신속하고 다양하게 도입해갔다.

만약 쿠팡이 월마트처럼 점포 1개를 늘리는데 500억원씩 쓰고, 어떤 서비스라도 무조건 전사적으로 도입하려 했다면 어땠을까? 쿠팡의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쿠팡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판 위에 기업 가치를 쌓아올렸다. 그리고 이제 쿠팡이 CPNG로 벌어들인 돈은 꼭 한국에서만 쓰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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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에디터 go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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