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수퍼 루키' HSMC 결국 청산 수순
‘메모리 자립'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범했던 중국 반도체 기업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가 설립 4년도 안 돼 사실상 폐업 절차를 밟게 됐다. 자국 내 수요를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을 키워 삼성전자를 따라잡고 미국과도 기술 전쟁을 벌이겠다는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기세가 한풀 꺾인 것이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1일 “HSMC가 최근 240여 명 전 임직원에게 회사의 재가동 계획이 없다면서 퇴사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2017년 11월 설립된 HSMC는 본사 소재지인 우한시를 비롯해 중국 정부와 국영기업으로부터 총 1280억위안을 투자받아 7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이하 미세 공정이 적용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인 TSMC에서 미세 공정 개발을 주도했던 장상이(蔣尙義)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고, 엄청난 연봉과 조건을 제시해 해외 반도체 인력을 스카우트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HSMC는 알려진 것과 달리 제대로 된 반도체 제조 기술이 없었다. 실제로 투자받은 정부 자금도 2.5조원 안팎에 그쳐 설립 초기부터 자금난에 봉착했다. 지난해에는 채권자들에게 공장 토지까지 압류됐다. CEO 장상이가 최근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로 옮기는 등 경영진도 잇따라 이탈했고 HSMC 창업자 리쉐옌과 설립에 관여한 인사들의 행방도 오리무중이다.
현지 매체들은 “중국 반도체의 ‘수퍼루키’로 떠오르던 HSMC의 몰락으로 반도체 자립을 실현하려는 중국의 야망도 좌절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중국 반도체 굴기 프로젝트는 갈수록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의 중국 제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에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장비, 소프트웨어 수출을 막고 있다. 최근엔 중국산 반도체 수입까지 끊기로 했다.
중국은 한국·일본에서 반도체 기술 인력을 대거 영입했지만 기술력을 끌어올리지도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9%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지 공장의 생산분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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