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의 아이콘 윤여정, 74세에 월드스타 오르다
美이민 한인가정 통해 가족애 그려
골든글로브 품은 '미나리'… 아카데미도 보인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43) 감독의 미나리가 1일 열린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어 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데 이어 2년 연속 외국어영화상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이다.
미나리는 지난해 미국 선댄스 영화제 공개 이후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히 ‘비전형적인 할머니(unorthodox grandma)’를 창조해낸 윤여정은 미국 주요 비평가협회상 등 지금까지 26개의 여우조연상을 받으면서 기생충으로 봉 감독이 누린 ‘봉하이브’ 열풍에 이어 ‘윤하이브’를 이어가고 있다. 미나리가 골든글로브를 수상하면서 4월 25일 열리는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미나리는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여우조연상(윤여정),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주연상(한예리) 수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나리는 3일 국내에 개봉한다.
영화 ‘미나리’에서 꼬마 데이비드(앨런 김)는 요리도 할 줄 모르고, 이불에 오줌을 싼 자신을 토닥여 주기는커녕 ‘페니스 브로큰’이라 놀리는 외할머니 ‘순자’(윤여정)에게 이렇게 말한다. 손녀 앤(노엘 조)의 음료수를 뺏어 먹고, 손주들에게 화투 치는 법을 가르치며 “지랄”을 내뱉는다.
손주를 놀려먹는 짓궂은 할머니를 연기한 윤여정(74)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순자’는 영리한 신스틸러다. 그녀는 강인하지만 친절하고, 긴 인생을 살며 축적한 현명함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unorthodox grandma(비전형적인 할머니)’라고 정의했다. 미나리로 26개의 여우조연상을 받고, 한국 배우 최초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로 점쳐지는 윤여정은 영화 안팎에서 최고의 셀럽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윤여정은 미나리에서도 적극적으로 순자라는 인물을 구축했다. 밤을 깨물어 뱉은 뒤 손자에게 건네는 장면도, 손자와 함께 미나리가 심어진 곳을 찾아간 장면에서 “원더풀 미나리!”라고 외치는 대사도 그가 낸 아이디어다.
재치 있는 언변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유쾌함도 윤여정의 인기에 한몫한다. 13년간 미국에 살아 ‘실전 영어’에 능한 그는 지난해 미국 선댄스 영화제 시상식에서 영어로 “‘미나리’는 독립영화라서 출연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주 많이 고생할 걸 알았기 때문이다. 돈을 아끼느라 우린 한집에 살았고 그렇게 가족이 됐다”고 말했다. 객석에선 웃음과 환호가 터졌고, 이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에는 “정말 끝내주게 멋있다(bad-ass)” “그의 직설적인 화법을 사랑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주저하지 않고 말한다” “스스로를 전설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현재 방영 중인 tvN 예능 ‘윤스테이’에서 위트 넘치는 영어로 외국인 게스트들을 편안하게 응대하는 모습은 젊은층까지 사로잡고 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윤여정은 늘 겁 없고, 정통적이지 않은 여성상을 연기해 왔다”며 “순박한 시골 처녀가 팜파탈로 변신하는 화녀로 여우주연상을 휩쓴 뒤 전통을 뒤흔드는 역할을 맡아 왔다”고 평가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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