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유혈사태 지속.. 수녀님은 무릎을 꿇었습니다

언론 "총격으로 시위대 29명 사망"

미얀마 군경(軍警)이 지난달 28일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최악의 유혈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참상을 전하는 사진·동영상들이 1일 소셜미디어에 계속 공개됐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전날 미얀마 전국에서 벌어진 시위로 최소 18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고 밝혔고, 미얀마 언론 버마의민주소리(DVB)는 유엔 집계보다 많은 29명의 시위 참가자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쿠데타 이후 체포·기소되거나 형을 선고받은 시민이 1130여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지난 28일(현지 시각) 미얀마 북부 카친주 미치나에서 한 수녀가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는 무장경찰들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이 수녀는 경찰에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인권사무소에 따르면 28일 미얀마 전역의 반군부 시위에서 군경의 발포로 최소 18명이 숨졌다. /트위터

이날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진 20대 남성 시위 참가자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트위터에 공개됐다. 그가 총격 직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나 총 맞았어”라고 말했다는 게시글들도 함께 올라왔다. 사진 속 그는 피를 흘린 채 땅에 쓰러져 있으면서도 한 손에 휴대전화를 쥐고 있었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그는 즉각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양곤에서는 교사로 일하는 만삭의 임신부가 총에 맞아 숨졌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고,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됐다.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는 한 여성이 길을 가던 도중 군경의 총격을 받아 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에는 이 여성이 혼자서 아들을 키우고 있다는 글과 함께 아들의 우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올라왔다. 북부 카친주 미치나에서는 수녀복을 입은 한 수녀가 시위대와 군경이 대치하는 사이에서 무릎을 꿇고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지 말아달라고 경찰에 촉구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이 올라왔다.

미국·유럽 등 서방 진영은 일제히 미얀마 군부를 규탄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성명에서 “폭력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추궁하고,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인들을 향한 우리 지지를 강화하기 위해 전 세계의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한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트위터에 “혐오스러운 폭력을 휘두른 버마 군경을 규탄한다”며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유럽도 한목소리로 미얀마 군부를 규탄했다. 호세프 보렐 EU(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미얀마 군부는 비무장 시민들을 상대로 총격을 가하면서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영국 외무부도 이날 “폭력을 멈춰야 하고 민주주의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쿠데타로 구금된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이 1일 추가 기소됐다고 로이터통신이 그의 변호인을 인용해 보도했다. 공포·불안을 야기하는 정보 발표를 금지하는 법을 위반한 혐의다. 앞서 그는 불법 수입된 무전기 소지(수출입법 위반)와 코로나 방역 조치 미준수(자연재해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