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44] "봄 햇살이 좋네요" 먼저 말을 건네 보세요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1. 3.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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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8일 오전 부산 기장군 기장읍 매화원을 찾은 나들이객들이 활짝 핀 홍매화를 보며 다가온 봄을 느끼고 있다./김동환 기자

코로나 스트레스가 2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난해에는 직전 해에 비해 우울이나 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의 비율이 4배쯤 증가했다는 미국의 보건 통계가 있다. 우리도 한 지자체 통계를 보면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시민이 2018년 대비 2020년에 5.8배 증가했다고 한다. 코로나 스트레스는 인종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을 지치게 한다.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지인이 ‘클하’에서 번아웃으로 지친 분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해, 클하가 뭔가 했더니 음성 기반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클럽하우스의 줄임 말이었다. 누군가 방을 만들면 사람들이 참여해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목소리로만 나누는 소통 앱이었다. 주식 동향 같은 특정 주제도 있지만 ‘자기 자랑 들어 드려요’ 같은 편안한 수다의 방도 존재했다. 실제 클하에 참여했을 때 예상 외로 많은 분이 가상의 방에 들어와 각자의 마음속 이야기를 공유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클하가 유행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2년째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타인의 목소리가 그리워진 개인들의 외로움이 한 이유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도 보이면 좋지 않나 싶지만, 지쳤을 땐 상대방의 표정을 읽는 것 그리고 내 표정을 관리하는 것에도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그저 목소리만 들리는 소통 도구에서 더 아날로그적인 안락함을 느낄 수 있다.

코로나 스트레스의 요인으로는 ‘질병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재택근무 및 수업 등으로 인한 가족 내 피로감 증가’와 더불어 ‘제한된 사회적 관계’도 주요하게 여겨진다. 코로나 스트레스가 나이를 가리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더 취약하다는 통계도 있다. 젊은 층이 사회적 관계에 대한 요구가 더 크기에 그만큼 사회적 관계 제한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도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젊은 층에서 클하가 인기인지도 모르겠다.

외출 없이 집에 많이 ‘앉아있는 행동(sedentary behavior)’이 우울증 발병 위험도와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최고의 항스트레스 활동인 ‘운동’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친밀한 만남’이 줄어드는 것이 원인이다.

팬데믹 상황에도 봄은 다시 와주었다. 직접 보지는 못해도, ‘봄 햇살이 좋구나’ 같은 따뜻한 음성으로 가족, 지인과 서로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소통의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무작정 전화하면 걱정으로 시작해 한숨으로 끝나기 쉽다. 클하가 아닌 전화라도 ‘봄에 먹고 싶은 음식’ 같은 주제를 갖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떨까. 실내에서라도 봄 햇살을 느끼며 친밀한 소통을 나누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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