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부모 찬스'에 분노하는 사회의 민낯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성공하기까지 약 2년의 공백이 있었다.
부모 찬스가 일반화된 사회에 우리가 너무 잘 적응한 탓일까.
결국 부모 찬스를 줄 능력만 된다면 기꺼이 주겠노라는, '위법'이 아닌 한 무엇이 대수냐는 생각을 마음 깊은 곳에서 공유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사회이기에 부모 찬스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부모 찬스로 성공의 고속열차에 탑승한 이들에게 그토록 화가 났던 건 단지 공정함을 깨뜨렸기 때문만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성공하기까지 약 2년의 공백이 있었다. 수없이 계속된 불합격 사례 중 한 곳은 고향에 있는 지역 언론사였는데, 최종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면접 때 아버지 직업을 물어봤다는 얘길 하자 평범한 공무원인 아빠는 “힘이 없어 미안하다”고 했다. ‘부모 찬스’가 없어서 떨어졌다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축 처진 부모님의 어깨를 보는 건 어쨌든 좀 우울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부모 찬스 논란에 대해 유명인 사례에만 공분하고 그칠 일인가 돌아보게도 된다. 1등을 하고, 명문대에 가고, 전문직을 얻고 부자가 되는 것을 너도나도 최고의 가치로 꼽는 사회에서 인성교육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먼저 인간이 돼라’는 가르침보다 ‘어떻게든 1등이 되어 성공하라’는 가치관을 주입받은 이들은 약자를 괴롭히는 일에도, 부모 찬스 같은 편법을 쓰는 일에도 무감각해져 간다. 이러한 관념이 팽배한 사회에서는 누구든 힘을 갖게 되는 순간 이를 오남용할 위험성이 커진다.
부도, 권력도 대물림되는 탓에 ‘계층 사다리’가 무너졌다고 하는 시대다. 부모 찬스가 일반화된 사회에 우리가 너무 잘 적응한 탓일까. 부모 찬스를 주지 못해 고개숙이는 것도, 부모에게 어떤 찬스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을 원망하는 것도 실은 부모 찬스의 존재를 무엇보다 정당화하는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이것을 정말 잘못이라고 여긴다면, 부모 찬스를 쓰거나 받는 행위에 수치심을 느낄 일이지 부모 찬스를 못 줘서 미안해하거나 이를 내심 기대하는 일 따위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 찬스를 줄 능력만 된다면 기꺼이 주겠노라는, ‘위법’이 아닌 한 무엇이 대수냐는 생각을 마음 깊은 곳에서 공유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사회이기에 부모 찬스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불투명한 절차, 비리에 대한 처벌이 약한 것 등은 사실 부차적인 문제다. 우리의 분노 역시 이런 역설을 포함하는지 모를 일이다. 부모 찬스로 성공의 고속열차에 탑승한 이들에게 그토록 화가 났던 건 단지 공정함을 깨뜨렸기 때문만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지혜 사회2부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영재, 입장 삭제 ‘줄행랑’…“처형에 몹쓸짓, 부부끼리도 안 될 수준”
- "결혼식 장소가 호텔?… 축의금만 보내요"
- 박명수 “주는대로 받아! 빨리 꺼져”…치킨집 알바생 대학 가라고 밀어준 사연 감동
- 아이 보는데 내연남과 성관계한 母 ‘징역 8년’…같은 혐의 계부 ‘무죄’ 왜?
- “엄마 나 살고 싶어”…‘말없는 112신고’ 360여회, 알고보니
- 반지하서 샤워하던 여성, 창문 보고 화들짝…“3번이나 훔쳐봤다”
- "발가락 휜 여자, 매력 떨어져“ 40대男…서장훈 “누굴 깔 만한 외모는 아냐” 지적
- 여친 성폭행 막던 남친 ‘11살 지능’ 영구장애…가해男 “징역 50년 과해”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