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집회 차단 펜스에 "이번엔 재인목장이냐".. 쇼핑몰은 북적북적
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앞. 시민단체 ‘엄마부대’ 회원 9명이 ‘사법부 사망시킨 김명수 OUT’ 등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집회 장소부터 인근 광화문 지하철역까지 경찰 30여 명이 배치됐다. 인근 골목에도 경찰 10여 명이 배치돼 길목을 막았다. 경찰은 한 ‘1인 시위자’가 집회 장소에 접근하려 하자 “이미 집회 참가자 수가 꽉 찬 곳이니 다른 곳으로 돌아가라”며 제지했다. 낮 12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 앞에서 열린 ‘국민특검단’의 기자회견에도 7명이 참여했지만, 주변에 배치된 경찰은 그 5배인 35명 수준이었다. 집회가 시작되자 경찰은 인근 시민과 차량을 상대로 ‘어디로 가느냐’며 검문을 시작했다.
◇집회 참가자보다 경찰 많아
1일 서울 도심에선 9인 이하 소규모 ‘3·1절 집회’가 산발적으로 열렸다. 경찰에 1670여건의 집회 신고가 접수됐지만, 이날 5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린 탓에 상당수 집회는 취소됐다. 경찰은 “서울 전역 85개소에서 집회, 기자회견, 차량 시위 등 다양한 형태로 집회가 열렸지만 대체로 안정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서울시·경찰은 광화문·서울광장 등 도심 주요 지역에 ‘펜스(fence·울타리)’를 치고, 118개 중대 7000여 명의 경찰관을 배치했다. 집회 참가자보다 경찰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참가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재인산성(차벽)’ 대신 펜스로 ‘재인목장’을 만들었다” “편 가르기식 정치 방역”이라는 항의가 나왔다.
법원으로부터 이례적으로 30명의 집회 허가를 받은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앞 ‘경제활동 보장촉구 집회’는 취소됐다. 주최 측 관계자는 “법원이 모든 참가자가 코로나 음성확인서를 지참하라는 조건을 걸었는데, 사실상 집회하지 말라는 얘기 아니냐”고 했다.
법원의 허가를 받은 보수단체 애국순찰팀의 차량 9대는 예정대로 ‘드라이브스루’ 시위를 벌였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삼호아파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애국순찰팀 황경구 팀장은 “집회 결사의 자유를 최소한 보장해준 고무적인 인용 판결이었지만, 집회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고 계몽하는 것의 현실적인 효율성을 따지면 집회를 유지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며 “트럭이나 무대 활용도 안되고, 차에서 내려서도 안되고, 소리쳐도 안되고, 창문을 내리지도 못하고, 집회를 3시간 만에 끝내라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이 오후 12시15분쯤 종로구 청운주민센터 인근을 지나다 잠시 정차하자 경찰은 곧바로 “차를 빼라”고 제지했고, 5분 뒤 주한 브루나이 대사관 앞에서 다시 정차했을 때도 또 제재를 받았다.
경찰은 이날 오후 3·1절 집회가 마무리된 이후 “보신각 주변에서 40명이 미신고 집회와 집단 이동을 시도한 부분은 채증 자료를 토대로 사법 처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쇼핑몰, 놀이공원은 북적
한편 이날 집회 현장에서 수백m 떨어진 시내 주요 쇼핑몰·놀이공원 등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없이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의 ‘더현대 서울’ 백화점 입구에는 우산을 쓴 100여 명의 손님이 줄지어 선 채 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개장과 동시에 수백명의 손님이 매장 내부로 쏟아지자, 보안 직원이 “1m 거리 두기 해주세요”라고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백화점 내부의 한 커피 전문점은 60석 테이블이 만석(滿席)이었고, 바깥에도 30m 넘게 줄이 늘어서 주문하는 데만 꼬박 40분이 걸렸다. 카페에 앉아있던 윤모(57)씨는 “아내와 줄에 서있다 도저히 줄어들 기미가 안보여 먼저 자리를 잡으려고 앉았는데 아내가 15분째 서 있다”며 “다른 건물보다 실내가 개방된 편이라 이곳에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놀랐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의 놀이공원 ‘롯데월드’도 개장(오전 10시) 1시간여 만에 누적 입장객이 1000명을 넘어섰다. 오전 11시쯤 바이킹 앞엔 70여 명이 다닥다닥 줄 지어 섰고, 곳곳에서 셀카를 찍기 위해 마스크를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오후 2시 퍼레이드가 시작되자 이를 보려는 수백명이 서로 어깨를 부딪힐 정도로 몰려들었다. 멀찍이서 퍼레이드를 지켜보던 이모(39·경기도 남양주시)씨는 “세 살 아들이 있어서 사람 많은 곳은 되도록 피하려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걱정된다”고 했다. 백종민(19·경기도 의왕시)씨도 “3시간째 놀고 있는데 안내 직원이 거리두기 요청을 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곳에선 20분에 한 번씩 ‘5인 이상 모임을 하지 말라’는 장내방송이 흘러 나왔을뿐, 직원들이 거리두기를 요청하거나 해산을 요청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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