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호랑이, 홍명보 감독 데뷔전 '소나기골' 선물
K리그 1라운드서 기분 좋은 첫승
[경향신문]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이미 국제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홍명보 감독(52)이지만 K리그1(1부) 사령탑 데뷔전은 새롭지 않을 수 없었다. 울산 현대 지휘봉을 잡고 K리그의 문을 처음 두드린 홍 감독은 1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개막전에서 전반 내내 벤치에 앉지 못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불린 지 4분 만에 실점 기회를 넘긴 홍 감독은 두 손을 흔들며 선수들과 쉼없이 소통했다. 울산 선수가 멋진 플레이를 펼칠 때면 박수로 격려하고, 실수가 나오면 변화를 주문했다. “(지도자로서) K리그에 데뷔하는 날이라 오늘 개막전이 내 인생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 그의 각오가 생생히 느껴졌다.
울산 선수들은 폭우 속에 온몸이 흠뻑 젖어버린 홍 감독에게 화끈한 골 폭죽으로 화답했다. 개막을 앞두고 중국 이적설이 나돌았던 미드필더 윤빛가람이 균형을 깨는 첫 골을 뽑아냈다. 윤빛가람은 전반 27분 팀 동료 김지현이 페널티지역 바로 앞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오른발로 공을 감아 골문에 꽂았다. 홍 감독이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확정짓던 승부차기 그 순간처럼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순간이었다.
한 번 물꼬가 터지니 골도 계속 나왔다. 울산 선수들은 홍 감독이 편하게 벤치에 앉을 수 있도록 강원 수비를 몰아쳤다. 강원 수비수 임채민이 후반 7분 비디오판독(VAR)을 거쳐 퇴장당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후반전 첫 골은 울산 수비수 김기희의 몫이었다. 김기희는 후반 8분 프리킥 상황에서 오른발 터닝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4분 뒤에는 올겨울 이적시장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떠나 울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측면 공격수 이동준까지 득점 행진에 가세했다. 이동준은 역습 찬스에서 이동경이 연결한 침투 패스를 잡아챈 뒤 달려나온 골키퍼의 키를 살짝 넘기는 칩슛으로 데뷔전 데뷔골을 신고했다.
기세가 오른 울산은 김인성이 승리에 쐐기를 박는 멀티골까지 추가해 5-0 대승을 결정지었다. 김인성은 후반 19분 드리블 돌파에 이은 오른발슛으로 강원의 골문을 열더니 6분 뒤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왼발로 꽂았다. 5골 차 승리는 역대 최다 점수차로 2009년 FC서울(6-1 승)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사례여서 기쁨이 더욱 컸다.
홍 감독은 “(이런 대승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면서 “우리를 응원해주는 팬들이 비를 맞고 있어 나도 비를 맞았다. 오늘 잘못된 부분을 조정해서 다음 경기에서도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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