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슈퍼사이클 진입했나..철강·조선·해운 '설렘'

박효재 기자 2021. 3. 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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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근 대표적인 경기 민감재인 구리를 비롯해 원유, 철광석 등 거의 모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제5차 원자재 슈퍼사이클(장기적인 가격 상승 추세)’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원자재 수요가 터진 데다 각국의 친환경 산업 부양정책, 화폐가치 하락 위험을 회피하려는 대체 투자 수요 증가까지 맞물리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이들 원자재를 재료로 제품을 만들거나 운송하는 철강·조선·해운 등 중후장대 업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오를 대로 오른 원자재 가격

구리값, 52주 최고가 연일 경신
원유·철광석, 코로나 이전 복귀
세계 각국 친환경 정책 맞물려
관련 소재 수요 증가도 한몫

1일 업계에 따르면 특히 구리 등 광물 가격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t당 800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구리의 런던금속거래소(LME) 현물가격은 지난달 22일 t당 9132달러를 기록하면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90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지난달 18일 t당 8650달러를 넘은 이후 52주(1년) 최고가는 연일 경신되는 상황이다.

니켈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해 3월 t당 1만100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22일 1만9689달러를 기록하는 등 2만달러에 육박했다. 채 1년도 안 돼 2배 가까이 뛴 셈이다. 이외에도 지난해 좀처럼 ㎏당 40위안을 넘어서지 못했던 탄산리튬은 이달 들어 70위안을 돌파했고, 코발트 가격은 지난달 24일 t당 5만2000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2만달러나 뛰었다.

원유와 철광석 가격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해 4월 선물가격이 초유의 마이너스 사태를 빚기도 했던 국제유가는 지난달 15일 배럴당 60.12달러로 지난해 1월 이후 처음 60달러를 돌파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철광석 가격도 지난해 12월21일 t당 176.45달러로 52주 최고가를 기록한 뒤 등락을 거듭하다 최근 며칠 새 다시 170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제프 커리 원자재 부문 리서치팀장은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미 원자재 가격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상승장에 진입했다”며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향후 10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배경으로는 우선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꼽힌다. 코로나19 사태 진정 이후를 대비해 주요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대규모 인프라 건설 등 정부 주도의 고강도 경기부양책을 추진한 결과, 세계 주요국 가운데 드물게 ‘플러스’ 성장을 이뤄냈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 또한 1조9000억달러(약 21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 중이다. 앞서 제4차 원자재 슈퍼사이클 시기였던 2010년 초에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풀면서 원유, 철광석 값이 치솟은 바 있다.

세계 각국의 친환경 정책도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을 떠받치는 모양새다. 유럽연합(EU)이 2019년 12월 기후위기를 오히려 “저탄소·디지털 경제 전환의 기회로 삼자”며 정책패키지인 ‘그린딜’을 내놓은 데 이어,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지난해 선언했다. 여기에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인프라 구축, 전기차 보급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소재 수요 증가에 따른 기대감으로 가격 상승 관측이 지배적인 것이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구리는 전기와 열 전도성이 높아 친환경 발전시설과 전력시설의 와이어 및 배관, 송전선 구축, 전기차 배터리 등에 쓰인다. 니켈과 리튬, 코발트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배터리 등에 폭넓게 쓰인다.

세계적인 저금리·통화팽창 정책 기조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또한 원자재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달러 약세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촉발되자 펀드매니저들이 이를 대비하는 투자 수단으로 원유, 광물 등을 선택하면서 원자재 시장 상승세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 중후장대 업계는 기대감 솔솔

산업 회복 땐 철강업 수익 개선
국제 운송, 조선·해운도 기대감

이전 원자재 슈퍼사이클 시기에 호황을 누렸던 업종 사이에서는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철강·조선·해운 등 중후장대 업계가 주축이다.

이를 반영하듯 포스코 주가는 지난해 말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포스코 주가는 최근 며칠 새 20만원 후반대까지 올라왔다. 올 들어 주당 29만5000원까지 올랐다가 소폭 조정받는 양상이지만 지난해 3월 13만3000만원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은 상승했지만 조선·자동차 등 전방 수요산업 회복세에 따라 가격 협상력 또한 높아져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조선업계도 원자재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가 상승 추세에 따라 해양플랜트 발주와 선가 상승으로 인한 가격 협상력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사들의 전통적 주력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뿐만 아니라 유조선과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벌크선 신조 발주 증가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는 시장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신중한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에 따라 LNG 추진선 수요가 증가하고, 신재생에너지 시장 확대로 해상풍력설치선 등 고부가가치선 발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기회”라고 말했다.

원자재 운송량 증가에 따라 해운업계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HMM(옛 현대상선)은 최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3척 장기 용선에 243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매출 기여도 90% 이상인 컨테이너선이 아니라 벌크선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이다. 당분간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내린 결정으로 해석된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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