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구들장 채석장'..보성군 오봉산을 아시나요

강현석 기자 2021. 3. 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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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오봉산에 남아있는 구들장 채석장. 구들장을 채취하고 남은 돌들로 석공들이 돌탑을 쌓아 올렸다. 보성군 제공
전통 온돌 주재료 ‘평평한 돌’
한때 전국 사용량 70% 공급
연탄 사용 늘면서 채석 중단
당시 작업 현장 그대로 남아
‘온돌 문화재 보고’ 보존 필요

“흙을 조금만 걷어내도 평평하고 좋은 돌이 나오는 산을 ‘구들 밭’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나온 구들장이 전국으로 팔려나갔지요.”

전남 보성군 득량면에 사는 오명기씨(63)는 43년 전 구들장 채취 일을 했다. 마을 뒷산 오봉산의 해발 200∼300m 지점에는 구들장으로 쓰기에 적당한 바위가 널려 있었다. 폭약을 터트리면 층층이 쌓인 결대로 바위가 평평하게 떨어져 나왔다.

구들장은 온돌에서 불길과 연기가 나가는 길인 고래 위에 깔아 방바닥을 만드는 얇고 넓은 돌이다. 오봉산에는 1970년대까지 구들장을 채취했던 채석장이 현재도 그대로 남아 있다.

현장을 둘러본 전문가들은 “국내 최대 규모의 구들장 채석장으로 가치가 크다”고 했다.

보성군은 1일 “득량면 오봉산에서 한국 전통 온돌 문화의 주 재료인 구들장 채석장이 확인돼 ‘구들장 문화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지난달 3일 전문가들과 현장 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오봉산에서는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직후부터 구들장을 채취했다. 한때 인근 경전선 철도 득량역과 화물차를 통해 구들장이 전국 각지로 팔려나갔다. 보성군은 “전국 구들장의 70%가 오봉산에서 채취됐다는 증언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탄보일러가 보급되면서 구들장 수요는 크게 줄었다. 오씨는 “소 달구지를 이용해 채취된 구들장을 산 아래까지 운반하는 일을 했었다”면서 “1970년대 연탄 사용이 빠르게 늘면서 구들장을 놓는 집이 크게 줄었고 1980년대 초 채취가 중단됐다”고 말했다.

오봉산은 평평한 돌을 채취하기 좋은 판상절리 형태의 중상대 백악기 지층인 응회암 지역이다. 다른 지역에서 구들장으로 사용한 돌은 대부분 점판암이나 석회암이었다.

현장을 답사한 백인성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보성 오봉산 응회암은 지표부에 경사면을 따라 널빤지 모양의 판상절리로 발달했고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공극률이 높아 (열전달이 잘돼) 구들돌로의 효용성이 높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봉산에는 현재도 구들장을 옮기던 소 달구지 길이 산 정상부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등산로 주변으로는 구들장으로 적당하지 않아 버려진 돌무더기와 이 돌을 이용해 쌓은 돌탑 등이 장관을 이룬다.

김준봉 국제온돌학회 회장은 “오봉산은 국내 최대 규모 구들장 산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며 당시 작업 현장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는 점에서 보물 같은 곳”이라면서 “문화재로서의 탁월성과 보편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성군은 오봉산에서 구들장을 직접 채취했던 주민들의 증언과 사용된 장비와 도구를 수집하고 있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오봉산은 우리나라 온돌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살아 있는 현장”이라면서 “한국의 뛰어난 온돌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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