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방위사업 '한국형 전투기' 내달 첫 공개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2021. 3. 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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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지난달 24일 열린 ‘항공분야 국가정책사업 미디어데이’에서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 1호기가 공개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8조8000억 들인 KF-X 사업
5년 만에 시제기 마무리 단계
F-15 수준 성능…내년 비행

국내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국산 전투기가 다음달 모습을 드러낸다.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1일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 1호기의 출고식을 4월에 개최하고 공식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사청과 KAI가 2016년 1월 체계 개발에 착수한 지 5년여 만이다. 또 2001년 3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국산 전투기 개발을 천명한 지 20년 만이다.

KF-X 사업은 사업비 규모만 8조8000억원에 달하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방위력 증강사업’이다. 2016년 사업 착수 이후 지난해까지 1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는 등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다. 그동안 자국 전투기를 판매하려는 해외 방위산업체들의 ‘딴지걸기’와 국내 비관론자들의 반대로 다른 무기체계라면 한 번에 끝났을 사업타당성조사를 7번이나 받았다.

KF-X 시제기 출고식은 ‘롤아웃(rollout)’ 행사로, 설계도면상의 전투기가 실물로 완성돼 처음으로 격납고 밖으로 나와 대중에게 선보이는 자리다. 출고를 앞둔 시제 1호기의 공정률은 현재 92% 정도이다. 시제기는 실제 시험비행에 나서는 기체 6대와 지상에서 내구성 테스트에 투입되는 2대를 포함해 총 8대가 제작되고 있다. 시제 2∼3호기는 올해 말, 시제 4∼6호기는 내년 상반기까지 각각 제작된다. 내구성 테스트 시제기 2대는 비행 하중의 150%를 버틸 수 있는지, 실제 수명(8000시간 비행)의 2.5배를 견딜 수 있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4.5세대 전투기인 KF-X의 외형은 미국 F-35A 스텔스 5세대 전투기와 비슷하다. 정광선 방사청 KF-X사업단장은 “KF-X가 스텔스 능력을 목적으로 개발되는 건 아니지만, 스텔스 형상으로 독자 플랫폼까지 확보하게 되므로 다양한 파생형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형을 설계할 때 스텔스기처럼 만들어 향후 개량의 여지를 뒀다는 것이다. KF-X는 양산 단계에서 65%의 부품 국산화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KF-X는 F-16보다는 성능이 높고, F-15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공군은 이른바 ‘하이로 믹스’(성능이 높은 전투기와 상대적으로 낮은 전투기를 임무에 맞게 혼용하는 것) 개념에서 KF-X를 ‘미디엄’급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KF-X는 시제기 출고식 이후 1년여의 지상시험을 거쳐 내년 7월쯤 첫 비행을 할 예정이다. 시제 1∼6호기는 4년간 총 2200여소티(비행횟수)의 비행시험을 무사히 마쳐야 2026년 6월 기본 비행성능과 공대공 전투능력을 갖춘 KF-X ‘블록1’(BlockⅠ)의 체계 개발이 종료된다. 이후 초도양산에 착수해 공군이 전력화할 예정이다.

KF-X는 길이 16.9m, 높이 4.7m, 폭 11.2m로 미국 전투기 F-16보다는 조금 크고 F-18과 비슷하다. 최대추력은 4만4000lb(파운드), 최대 이륙중량 2만5600㎏, 최대 탑재량 7700㎏이다. 최대 속도는 마하 1.81(시속 2200㎞), 항속거리는 2900㎞다. 유럽제 미티어(METEOR) 공대공 미사일, 독일 딜사의 공대공 미사일(AIM-2000) 등을 탑재할 수 있고, 현재 국내 개발 중인 장거리 공대지유도탄도 장착할 수 있다.

KAI는 조종사들이 기체를 몰고 비행하기 전 기체의 특성을 확인하고 제어법칙을 개발하기 위한 시뮬레이터(HQS)를 제작했다. 시뮬레이터에는 전 세계 지형이 3D 입체영상으로 재현돼 있어 북한을 포함한 다양한 곳에서의 비행을 재현해볼 수 있다.

체계 개발(블록1)은 2026년까지 인도네시아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가 최근 경제난을 이유로 분담금 6044억원을 납부하지 않고 있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방사청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KF-X 사업비의 약 20%에 해당하는 1조7338억원을 개발 단계별로 분담하기로 했는데 2월 현재까지 내야 하는 8316억원 중 2272억원만 납부했다. 정부는 공동개발이 무산되더라도 절차에 따라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방사청과 KAI는 300~500대의 수출 시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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