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애와 사상 - 알베르트 슈바이처 [이형목의 내 인생의 책 ②]

이형목 |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2021. 3. 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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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경외하라

[경향신문]

지금부터 20년 전쯤, 독일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프랑스의 유서 깊은 도시 스트라스부르에 며칠 머물면서 알자스 지방을 여행한 일이 있다. 자동차로 이동하다 우연히 슈바이처 생가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잘 정리된 유품들을 둘러보면서 고등학생 시절 필독 도서였던 <나의 생애와 사상>이 생각났다.

이 책을 쓴 슈바이처는 경제적 면에서나 젊었을 때 이뤄놓은 성과에서 남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스트라스부르대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받고 목사가 됐으며, 어려서부터 오르간을 배워 교회에서 반주도 했다. 그러나 슈바이처는 젊어서부터 30세까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다 그 이후에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살겠다는 결심을 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30세가 되던 해에 의과대학에 들어갔다.

슈바이처는 의사가 된 1913년 아프리카로 달려가 병원을 개설하고 의료 봉사를 하면서 나머지 생을 보냈다고 한다. 슈바이처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지만, 1965년 그의 서거 소식이 신문과 방송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의 생애와 사상>은 40년도 더 지난 옛날에 읽은 책이지만 여러 차례 등장하는 ‘생명에 대한 경외’라는 표현과 오르간 연주에 대한 상세한 기술 등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 슈바이처는 유명한 오르간 연주자였기 때문에 가끔 병원 운영비 모금을 위해 유럽에 가서 강연과 오르간 연주를 하곤 했으며, 바흐 작품을 연주한 음반도 여러 장 있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즐겨 듣는 라디오 음악 방송에서 슈바이처 박사가 50년 넘는 시간을 보낸 가봉의 음악가 피에르 아르케뎅이 작곡한 ‘랑바레네-아프리카의 바흐’라는 작품을 소개했다. 이 음악이 슈바이처에게 헌정한 작품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형목 |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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