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티 동맹과 함께 아시아의 봄을"

정유진 기자 2021. 3. 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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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얀마 민주화 시위대, 홍콩·대만·태국 등 청년들 연대 큰 힘
‘피의 일요일’ 군부의 무차별 총격 희생자 중엔 만삭 임신부도

“유엔이 행동에 나서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신이 필요합니까.” 지난달 28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를 벌이다 군경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대학생 니 니 아웅 뗏 나잉(23)은 숨지기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해시태그(#)를 남겼다.

■ 임신부까지 무차별 총격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는 피로 물든 나잉의 티셔츠에 ‘봄의 혁명’이란 글이 쓰여 있었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은 ‘아랍의 봄’에서 이름을 따온 ‘아시아의 봄’으로 명명되고 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피의 일요일’로 불리는 이날 미얀마 전국에서 펼쳐진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최소 18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군부의 사격은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다. 양곤에서 동료 교사들과 함께 거리 행진을 하려다 총에 맞아 숨진 중학교 교사는 만삭에 가까운 임신부였다. 만달레이에서는 한 여성이 아들을 위해 음식을 사러 가다 저격수의 총에 맞아 즉사했다.

SNS에는 이날 하루 총에 맞아 숨진 사람이 26명에 달한다는 집계도 나오고 있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미얀마 시민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는 쿠데타 이후 전날까지 약 30명이 군경에 의해 숨졌고 1132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쿠데타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 다음날인 1일에도 양곤 등지에서 시위가 이어졌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선동과 전기통신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며 정치적 제거 작업을 본격화했다. 군부는 이미 수지 고문을 불법 워키토키 사용 등의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미얀마 군정은 또 미국, 중국 등 19개국 주재 외교공관의 직원 100명가량을 소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 ‘밀크티 동맹’, 우리가 나선다

‘밀크티 동맹’이라 불리는 아시아의 젊은 민주화 지지층이 미얀마 시민들의 가장 강력한 우군으로 나섰다. 밀크티 동맹은 지난해 태국의 한 유명 배우가 홍콩 민주화 시위와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가 중국 누리꾼의 공격을 받자 홍콩과 대만 누리꾼들이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만들어졌다. 세 나라 모두 밀크티를 마신다는 공통점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후 밀크티 동맹은 단순한 반중 연대가 아닌 아시아의 민주 시위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확장되고 있다. 누리꾼들이 만든 밀크티 동맹 포스터에는 홍콩, 대만, 태국뿐 아니라 대규모 농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인도와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미얀마가 추가됐다.

그동안 주로 SNS상에서 느슨한 연대로 해시태그 운동을 전개해왔던 이들은 ‘피의 일요일’에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활동으로 영역을 넓혔다. 홍콩과 태국 방콕, 대만 타이베이에서 많게는 수백명의 청년들이 모여 미얀마 시민들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SNS를 통해 밀크티 동맹에 도움을 호소해온 미얀마 Z세대들은 감사 트윗을 올리며 “미얀마는 (아시아의) 청년들이 주도하는 ‘밀크티 동맹’과 함께 ‘아시아의 봄’을 위해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는 문구를 공유하고 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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