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발 금리 상승, '빚투·영끌' 위험성 경고 새겨들어야
[경향신문]
국내외 금리 상승세가 심상찮다.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25일 기준 신용대출(1등급·1년) 금리가 연 2.59~3.65%로, 낮은 쪽 기준으로 지난해 7월 말보다 0.6%포인트 뛴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름세로 돌아섰다. 지표격인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년 만에 최고를 찍었다. 백신 접종 등에 힘입어 경제가 살아날 희망이 보이면서 금리가 먼저 반응한 셈이다. 머지않아 저금리 시대가 끝날 것이란 신호로 볼 수 있는 만큼 나라 안팎의 인플레이션 압력에 미리 대비해야 할 때다.
미 국채 금리 상승의 민감성은 주식시장에 미친 영향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 나스닥 지수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4개월 만에 하루 최대 낙폭(-3.52%)을 보였고, 코스피도 2.8% 급락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경기회복이 불완전해 당분간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에 먹히지 않았다. 백신 효과와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이 물가를 밀어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금융당국이 금리를 올려 속도조절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이번 기준금리(연 0.5%) 동결과 같은 조치를 언제까지 이어갈지 알 수 없다. 방역 상황에 따라 미국이 서둘러 돈줄 조이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갑자기 들이닥칠 위험 신호를 간과해서는 안 될 시점이다.
당장은 부채나 물가 관리보다 경기회복이 급선무인 것이 사실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래 경기침체로 세계 경제는 저물가를 이어왔다. 지난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에 그쳤다. 하지만 일각에선 경기회복 시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렇게 되면 경제 양극화가 심화된다. 최근 국내에서 풀린 돈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나 ‘빚투(빚내서 투자)’로 불리는 부동산이나 주식 매입에 대거 투입돼 있다. 금리가 갑자기 오를 경우 이들에게 미칠 후폭풍은 엄청나다. 2월에만 역대 최대인 56조원으로 드러난 해외주식 투자자들에 미칠 영향도 우려되기는 매한가지다.
가계 빚이 지난해에만 약 126조원이나 늘어난 총 1726조10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과다한 차주 위주로 엄격히 가계부채 관리를 해주길 바란다. 또 확대된 유동성이 경제에 거품을 키우지 않게 경계하고, 가계 실질소득을 높이는 방향으로 내실도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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