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잘하는 스웨덴 사람들, 그 배경은?

조수진 2021. 3. 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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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국가 중 영어를 가장 잘하는 나라의 순위에서 늘 변함없이 상위를 차지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네덜란드와 스웨덴이다. 두 나라는 항상 1, 2위를 다툰다.

언어 학습 플랫폼 회사인 Babbel의 순위에 의하면 1위가 네덜란드, 2위가 스웨덴, 3위가 덴마크, 4위가 노르웨이, 5위가 싱가포르, 6위가 핀란드, 7위가 룩셈부르크, 8위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스웨덴의 역사를 살펴보면, 스칸디나비아에는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이 세 나라가 있으며 이들의 조상이 바이킹족이다. 바이킹족은 865년에 영국을 침략하여 대략 2세기 동안 영국을 점령했는데 유럽 전체를 통틀어 최초로 문자를 만들어 쓴 민족이다. 이 최초의 문자를 ‘룬’ (Lune) 문자라고 하며 문자의 모양새가 로마자 알파벳과 상당히 유사하다. 

놀라운 사실은 영어보다 룬 문자의 탄생이 먼저였으며 2세기 동안 함께 지내는 과정에서 바이킹족들의 룬 문자가 영어와 섞이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스웨덴어와 영어는 많은 부분에서 유사해졌다. 이 때문에 그런지 바이킹 후손들의 세 국가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가 이 순위에서 모두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념적인 접근 

스웨덴의 정치적, 사상적 이념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평등’이다. 국가법에도 평시가 되어 있을 정도로 국민의 평등과 자유에 대한 존중이 기본 이념이다.

스웨덴 차별법의 목적은 차별에 맞서 싸우고 다른 방식으로 성별, 성전환자 정체성 또는 표현, 민족, 종교 또는 기타 신념, 장애, 성적 지향 또는 나이와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증진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평등과 자율을 중요시하는 정치적, 민족적 이념은 여러 가지 분야에 반영되며 그중 하나가 교육이다. 만 1세가 다니는 보육원에서부터 유치원, 초,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교육 전반에 평등과 자유에 대한 이념을 찾아보기란 상당히 쉽다. 

모두에게 평등과 자유가 보장되므로 교육 현장에는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분위기를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자기를 표현하기 위한 정서가 상당히 자연스럽게 형성되면서 어떠한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본인의 생각을 자신감 있고 자연스럽게 표출할 수 있는 인성이 매우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다. 

‘교권’이라는 단어가 있는 선생님과의 의사 전달에 다소 망설이는 한국 학생과는 대조적으로 학교의 선생님들 간의 유대, 급우들과 소통, 토론 수업 시간의 의사표현과 참여 모두 생활화되어 있다. 

학교 안의 접근 

국제학교에 스웨덴 학생이 몇 명 있느냐는 질문은 다소 답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엄마는 스위스, 아빠는 스웨덴이라면 ‘ethnicity’ (인종)'를 설명하기에 한 국가만을 선택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소통할 수 있는 언어는 바로 영어다. 

학교 안의 수업에서도 독특한 수업 방식을 볼 수 있었다. 아래는 체육 과목의 과제 중 하나이다.  

“To create and work towards achieving a target for improving self physical performance in one of three categories.” 

Timeline: 5 weeks

● Cardiovascular development, (심혈관 발달)

● Muscular development (근육 발달)

● Skill development (기술 개발)

출처: Stockholm International School (SIS) 체육 수업 과제

체육 과목을 단순히 체력 단련을 하기 위한 실외 활동을 생각할 수 있는데 스웨덴의 체육 과목은 글을 쓰며 직접 설계하는 에세이 형식의 체육 수업이다. 즉 자신의 신체적 성능 향상을 위한 목표를 글로 쓰고 계획을 하며 그것을 직접 5주 동안 체험해 보는 보고서를 제출하는 수업 방식이다.

디자인 수업 또한 주목할 점은 단순히 포스터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주장이나 의견을 그림이나 간략한 언어로 생각을 표출하는 훈련을 하는 수업이 굉장히 비중 있게 진행된다. 영어를 배우기보다는 영어로 모든 것을 배우는 격이다. 

학교 밖에서의 접근

학교 밖에서 영어를 얼만큼 접하는지 살펴보았다. 백화점, 음식점, UPS 같은 우편 시설, 심지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운영하는 승마장에서까지 직업 종사자분들은 마치 모국어처럼 영어를 구사하는 자신감을 표정에서 볼 수 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TV의 도움을 언급한다. 한국의 KBS, MBC, SBS 같은 스웨덴의 공영방송에서 미국 드라마나 영화가 24시간 상영되는데 스웨덴어로 더빙을 절대로 하지 않고 하단에 스웨덴어 자막을 달아 방영한다. 어려서부터, 영어를 직접 청취하고, 스웨덴어로 자막을 읽는 습관이 영어 습득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스웨덴 채널에서 방영되는 미국 드라마의 한 장면

이곳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에 다니는 비율은 80:24로 공립학교가 절대적으로 높다. 그렇다고 학원이나 기타 사교육은 예체능을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다. 자율적 이념을 존중하여 초등학교에는 교과서가 없으며, 선택이나 학습자료는 모두 교사 재량에 맡긴다. 

국제학교를 제외하고는 공립초등학교는 2학년부터 영어 과목을 배우게 되며 일주일에 불과 30분 정도만 영어를 배운다. 중, 고등학교의 영어 수업은 대부분 사고하며 에세이를 쓰는 것이라면 초등학생의 영어 수업은 대부분 활동 수업으로 놀이를 하며 배운다.

저서 “I Am An Island” 작가인 Jonathan Culver는 책에서 이런 말을 한다. "The English language is a work in progress. Have fun with it."(영어는 성장하는 과정에 작용하는 언어이다. 재미있게 즐겨라) 

한국은 영어 과목이 수능 과목인 만큼 즐기는 과목이 아니라 대학을 가기 위한 필수 과목으로 100% 정답 100% 오답인 명명백백한 정답을 찾아야 하는 입시 과목이다. 하지만 스웨덴의 영어 시험은 모두 주관식으로 100% 정답과 오답이 아닌 본인의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의 취지에 맞는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얼마나 창의적으로 기술하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영어는 단순히 교육의 커리큘럼을 바꾸거나, 시험문제를 연구하거나, 교과서 선택에 고심하기보다는, 영어를 못하는 학생이 처해 있는 환경을 먼저 주의 깊게 관찰하여 근본적 구조 및 이념을 한국의 특성에 알맞게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영어를 12년 공부하고도 또다시 영어 학원을 찾는 일은 다소 줄어들 것 같다. 

스웨덴 스톡홀름 = 조수진 글로벌 리포터 soojinc106@gmail.com

■ 필자소개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 교육학 석사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 www.u-toeic.com  

‘비즈니스리포트’국제부장, ‘조이뉴스24’ 작가  

스웨덴 국제학교 모국어 교사 

전) 중국국제학교 영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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