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의 진짜 눈물 [안승호의 PM 6:29]
[스포츠경향]
이승엽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 일본전에서 역전 결승 투런홈런을 치고 펑펑 울었다. 양준혁은 해태와 LG를 거쳐 친정으로 돌아온 2002년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 한이 풀리는 순간, 눈물을 왈칵 쏟았다. 또 무심한 듯 보이는 양의지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NC의 우승이 확정되는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 마운드로 올라가며 울음을 터뜨렸다. ‘감성파 레전드’ 박찬호는 여러 번 눈물을 보였다. 최근에는 LA 다저스 후배인 류현진의 경기를 보면서도 눈물을 훔친 적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추신수의 눈물을 가까이서 본 것은, 아시안게임이 열린 2010년 중국 광저우에서다.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한국은 9-3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따냈고, 태극기가 올라가는 장면에서 추신수는 눈물을 흘렸다.
당시 한국의 금메달은 당연시 취급되던 때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력을 근간으로 추신수-김태균-이대호로 이어지는 초호화 중심타선이 꾸려졌다. 강팀이 약팀과 10차례 만나 한두 번 질 수 있다는 야구 종목의 특성을 감안해도, 한국 대표팀 전력은 상대적으로 넘치듯 화려해 보였다. ‘모기 잡겠다고 대포 준비하는 격’이라고 누군가 장난을 걸더라도 고개가 끄덕여질 만한 전력 구성이었다.
그러나 추신수는 ‘장난’일 수 없었다.
미국 프로야구 클리블랜드에서 2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때리고 메이저리거로 쭉쭉 뻗어가려던 때 나온 대회. 금메달이면 병역 혜택까지 얻어 미국 무대에서 겨냥할 수 있는 목표치가 달라지던 때였다. 추신수는 경기장 안팎에서 진지했다.
다음은 당시 대표팀 주축 투수이던 봉중근이 ‘스포츠경향’에 연재한 ‘AG 일기’ 한 편에 소개한 내용 중 일부.
‘한 사흘 함께 지내다 보니 각자 개성도 나타나고 있다. 신수는 방에서 비디오만 본다. 대만이나 다른 팀 투수들을 분석하는 비디오인데, 방 안을 슬쩍 들여다 보면 매번 그 영상을 켜놓고 있다. 눈 나빠질까 봐 걱정일 정도다. -중략- 우린 숙소에서 한참 수다를 떨곤 하는데 대화하다 보면 99%는 야구 얘기를 하게 된다. 신수가 보고 만든 비디오 분석 자료를 놓고. 이렇네 저렇네 의견도 나누고 정리해 가며 시간을 보낸다.’
당시 추신수는 봉중근 류현진 송은범과 4인1실의 선수촌에 함께 묵었다. 봉중근은 당시 추신수의 독특할 정도의 철저함을 그 뒤로도 가끔 회상하곤 했다.
추신수가 그때 흘린 눈물의 진정성은 그래서 현장에서도 공감을 샀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모든 걸 쏟아부은 뒤 얻어낸 결실, 아마도 추신수는 지나온 감정을 눈물에 담아 쏟아냈을 것이다.
야구를 향한 추신수의 철저함이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거로 부와 명예를 이미 한아름 안은 텍사스 시절에도 클럽하우스에 가장 일찍 출근하는 선수였다. 낮 경기로 시범경기가 진행되는 봄이면 새벽 5시에 훈련장에 나가 하루를 준비하는 것이 한순간 결심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추신수가 SK를 인수한 신세계야구단에 입단했다. 평소 그에 대한 평판을 감안하면 새 무대인 KBO리그 시즌 준비 과정에서도 진지함과 성실함의 ‘끝’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영입 협상을 주도한 민경삼 야구단 사장은 추신수 영입의 성패를 놓고는 의심이 없다. “사실, 시즌을 준비하는 추신수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 했다. 민 사장은 “한 가지 걸리는 건 너무 과한 부담을 가질까 봐 그 부분만 신경 쓰인다”고 했다.
개막을 앞둔 봄, 추신수를 기다리는 눈은 점점 늘어난다. 시즌 개막 이후 또는 그 어느 때, 추신수는 자신을 기다린 누군가에게 감동의 눈물을 선사할 수 있을까.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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