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통령 "역지사지 대화", 일본도 호응하길

한겨레 2021. 3. 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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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며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에 역지사지의 자세로 대화할 것을 제의하면서 "우리가 넘어야 할 유일한 장애물은, 때때로 과거의 문제를 미래의 문제와 분리하지 못하고 뒤섞음으로써, 미래의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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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과거 역사를 직시하면서 교훈을 얻어야 하지만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며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며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와 다른 현안을 분리해 접근하는 ‘투 트랙’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등 일본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들은 3·1절 기념사를 통해 한-일 관계, 남북 관계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내왔다. 올해는 지난 1월 한·미·일 3각 협력 복원을 강조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해 일본 정부는 “중요한 것은 양국 사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쪽이 책임을 갖고 구체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망스럽다. 1965년 수교 이후 최악이란 말이 나오는 한-일 관계를 풀려면, 어느 한쪽의 일방적 양보로 불가능하다. 우리 정부가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더라도, 과거사 문제의 기본 원칙인 ‘피해자 중심주의’를 포기할 수는 없다. 일본 정부는 “관계 개선 계기를 한국이 만들어야 한다”는 경직된 자세에서 벗어나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

지난 1월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직접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 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신임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와 면담을 거부하고, 정의용 외교장관과 전화회담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진정으로 문제를 풀려면 공을 상대방에게 넘겨놓고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머리를 맞대야 한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문 대통령은 일본에 역지사지의 자세로 대화할 것을 제의하면서 “우리가 넘어야 할 유일한 장애물은, 때때로 과거의 문제를 미래의 문제와 분리하지 못하고 뒤섞음으로써, 미래의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협력의 계기로 올 7월 도쿄올림픽을 들었다. 도쿄올림픽은 문 대통령의 말처럼 한-일, 남북, 북-일, 북-미 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도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계기가 되려면 먼저 한-일 관계가 풀려야 한다. 두 나라가 동북아 안정과 공동번영에 힘을 모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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