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갈아입는 문학구장..내일이면 사라질 SK의 흔적 '294조각'

인천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2021. 3. 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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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문학구장 빅보드, 구단 버스, 엘리베이터, 포토존, 라커룸 게시판, 방망이 가방. 인천 |안승호 기자


이제는 누군가의 기억 또는 사진·영상물에나 남아있을 것들이다. 신세계 야구단(가칭)으로 새 출발하는 문학구장에서 SK 와이번스의 추억 조각들이 곧 사라진다.

문학구장이 새 옷을 입을 채비를 하고 있다. 야구단 인수 계약이 완료되는 5일을 기점으로 문학구장은 신세계 야구단 공식 홈구장이 된다.

인천SK행복드림파크라는 이름도 이날까지만 쓸 수 있어 새 이름을 찾아야 한다. 구장 안팎 곳곳에 있는 SK 와이번스 ‘CI(Corporate Identity)’도 사라진다.

지난주 기자가 찾은 문학구장은 전 시즌과 변함없는 모습이었지만, 구단 관계자들의 심신은 여간 바쁜 것이 아니었다. SK 이미지를 지우면서 그 공간에 신세계 야구단의 CI를 입히는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류선규 단장은 기자와 함께 야구장을 둘러보며 “철거해야 하는 것들을 크게 분류하면 294건인데, 세부적으로는 수천개나 된다”며 “3월 첫 주에는 새 야구단 CI가 나올 것 같다. CI가 나와야 철거 작업과 설치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두 작업 사이에 시간이 벌어지면 비용이 두 배로 들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10억원짜리 변신 작업

야구단에서는 개막까지 야구장 등의 새 단장 비용이 최대 1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학구장 안팎은 SK 와이번스 CI로 도배돼 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출입구까지 이르는 길, 더그아웃 또는 관중석, 기자실 어느 곳으로 통하는 길에도 야구단 CI가 줄을 잇는다.

심지어 선수 라커룸 옆 화장실에도 구단 CI와 함께 선수단의 행동수칙 및 명언 등이 보인다. 그것을 하나하나 지우고 새것을 넣는 것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문학구장은 이를테면 인천시가 야구단에 임대를 해준 곳이다. 임차인의 필요에 의해 공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모든 비용은 야구단의 몫이 된다.

가장 큰 비용이 드는 대상은 문학구장의 상징물인 ‘빅보드’ 위의 CI 철거 및 설치 작업이다. 문학구장 외야의 ‘T 그린존’도 사라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류 단장은 “SK 와이번스로 시즌을 준비하며 선수 의류와 장비는 물론 상품화 사업도 진행해둔 것이 있다. 상품의 경우 팔기 어려운 것들이어서 기존에 제작해둔 것에 대해서는 구단에서 변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SK 라커룸 속 구단 마크들


■임시 관광버스 탈 수도

구단 버스도 새 옷 찾기에 바쁘다. 오는 5일 이후로는 SK 와이번스 CI로 꾸며진 구단 버스를 더 이상 타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새 디자인이 없다. 새 CI가 나오면 이를 버스에 입히는 ‘래핑 작업’부터 해야 한다. 새 구단 버스를 타려면 구단 인수건이 상정된 이사회와 총회도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모두 마무리지어야 새 야구단의 CI가 선명한 버스로 공개된 장소를 다닐 수 있다.

제주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해온 SK 선수단은 이번 주중 인천으로 돌아와 머물다 8일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 연습경기를 진행한다. 이때까지 새 CI가 나오지 않으면 일반 버스를 빌려 이동해야 할 수도 있다. 류 단장은 “혹시 날짜를 맞추지 못한다면 KTX를 타고 이동해 버스로 갈아타는 방법 등 차선의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문학구장 실내훈련장 입구 앞에 놓인 역대 SK 한국시리즈 MVP 기념물. 구단 역사 관련 상징물 그대로 남는다.


■유니폼 제작 기간은 3주

유니폼도 CI가 나와야 제작 가능하다. 유니폼 제작 기간도 약 3주가 필요하다. 이에 시범경기가 시작되는 3월20일까지 맞추기는 어려운 상태다. 새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날짜는 문학 홈경기가 처음 열리는 25일이다. 이전까지는 홈팀에 양해를 구해 ‘인천’이 적힌 흰 유니폼을 입고, 홈팀은 원정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

경기 전 입는 훈련복 또한 문제다. SK 와이번스 훈련복은 더 이상 입을 수 없다. 이에 SK는 구단 유니폼 제작사의 기성 운동복을 골라 훈련복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류 단장은 “선수 가방 등에도 W 로고가 있는 건 지우거나 패치로 가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바쁜 야구단의 봄이 지나고 있다.

인천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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