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더 다가온 안철수와 김종인의 '10년 악연'..외나무다리 조우 임박

김일창 기자 2021. 3. 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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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안 단일화되면 사라질 수 있다' 발언했다 거둬..安, 일단 제3지대 안착
金, 탐탁지 않은 安의 독자세력화 우려.."보선 결과 따라 국힘엔 최악"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 뉴스1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정치권의 관심이 보수야권 후보 단일화에 쏠리고 있다. 비단 결과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다. 제3지대 후보로 확정된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를 향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불편한 심경'은 단일화 결과만큼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10년 악연의 연장선에서 김 위원장과 안 예비후보가 보수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며 흥미를 보인다. 다만 야권 일각에선 '힘을 합쳐 정권교체 교두보를 놓아도 모자랄 판에 왜 자꾸 안철수를 건드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김 위원장을 비판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김 위원장이 안 예비후보가 야권의 최종 단일후보가 될 경우 '사라질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가 수습하는 일이 벌어졌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나 '안 예비후보가 야권 최종후보가 될 경우 사라질 수 있다고 한 것이냐'란 질문에 "그렇게 된다고 해서 사라진다고 이야기한 적은 없다.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후보가 안 된다는 걸 상상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여기까지는 기존과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연결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사라질 수 있다'고는 했으나 안 예비후보가 최종 단일후보가 되는 것과는 상관 없다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애초 김 위원장의 발언이 나왔을 때 안 예비후보에 대한 견제의 연장선으로 그 수위가 전보다 조금 더 세졌다는 정도로 해석했다.

수위를 높인 것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대비 지지율 우위에 놓인 안 예비후보와의 최종 단일화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논의,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상징되는 추가 검찰개혁 등 여권발 현안 속에서 김 위원장이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보다 센 발언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분석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안 예비후보와의 '10년 악연' 속에서 야권 단일화를 앞뒀고, 나아가 내년 대선에서의 정권교체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김 위원장의 속내가 한 인물에 대한 견제밖에 안 될 정도로 간단하겠냐는 것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2011년 시작과 동시에 끝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처음 그분(안철수)에게 '정치를 하고 싶으면 국회부터 들어가서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했더니 '국회의원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인데 왜 의원을 하라고 하느냐'고 하더라"라며 "이분이 정치를 제대로 아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을 더 이어가지 않고 자리를 뜬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몇 차례 연이 닿기도 했지만 시너지를 낸 적은 없다.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 대표가 된 후 안 예비후보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내놓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 김 위원장이 안 예비후보와 단일화에 나서야 한다. 예단은 금물이지만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로만 보면 안 예비후보가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조금 더 커 보인다.

자신이 인정하지 않는 사람의 당선을 위해 김 위원장이 도와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안철수로 단일화가 되도 김 위원장이 돕기는 할 것"이라며 "다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안철수라는 변수의 변동폭을 최대한 줄이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의중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 수위가 점점 세지는 근저에는 안 예비후보가 최종 단일후보가 된 후 '기호 4번'을 달고 출마, 당선되는 것에 있다는 분석이다.

안 예비후보는 단일화가 이뤄져도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합당하는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의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으로 단일화가 되면 국민의힘 칸도 공란이 되니 기호 4번이 돼도 두 번째칸에 위치하는 것은 매한가지라는 등의 논리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볼 때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안 예비후보의 '기호 2번' 출마 여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안 예비후보가 단일후보로 출마해 국민의힘 지원을 받아 당선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가 선거 후 국민의힘에 입당·합당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중론이다.

금태섭 전 의원의 신당 창당 등 야권발 정계개편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안 예비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그 바람은 세 석짜리 정당을 뛰어넘는 태풍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집권 여당에 반감을 가지지만 국민의힘은 지지하지 않는, 제3세력의 구심점으로 떠오르면서 확실한 '자기정치'가 가능해진다. 여야에 모두 칼을 댄 윤석열 검찰총장을 영입해 중도와 합리적 진보·보수를 아울러 내년 대선에서 일정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취임 일성으로 정권교체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그간의 행보는 모두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안 후보와 일했던 사람들의 판단이 맞다면 그는 모든 것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자기 정치를 하려는 사람"이라며 "김 위원장은 이런 그가 이를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어떻게서든지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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