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미나리

파이낸셜뉴스 2021. 3. 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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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가 원산지인 미나리는 3월을 대표하는 봄철 약용식물이다.

동의보감에서 미나리는 갈증을 풀어주고, 술독을 제거하며, 대장과 소장을 잘 통하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자라"라는 할머니의 대사처럼 미국에서는 생소한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약용식물을 심어서 비옥한 땅을 일구려는 한국 이민자의 애환이 읽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왕십리 미나리장수는 물론 한국인 그 누구도 미나리가 영화 제목으로 등장해서 세계적인 화제를 모을지는 미처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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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가 올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미나리'는 미국 남부 아칸소주로 이주한 한국인 이민자들의 삶을 다뤘다./사진=뉴시스
아시아가 원산지인 미나리는 3월을 대표하는 봄철 약용식물이다. 한자로 수근(水芹)이라고 하는데 물 수자와 풀 초변에 도끼 근자를 쓴 것을 보면 도끼처럼 거친 풀이라는 뜻이 들어있다. 동의보감에서 미나리는 갈증을 풀어주고, 술독을 제거하며, 대장과 소장을 잘 통하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서울에는 미나리와 관련된 지명이 많은 편이다. 서울지명사전을 찾아보면 서대문구 미근동이나 성동구 사근동은 미나리 근자가 지명에 들어갈 정도로 큰 미나리꽝이었다. 동대문구 용두동 경동시장 일대와 중랑구 중화동 동2로 서쪽 중랑천변 저지대도 유명했다. 하고많은 밭 중에 유독 미나리밭만은 미나리꽝이라고 하여 다른 밭과는 구별했다.

조선시대 서울은 지역에 따라 주민들의 생업도 달랐다. 보통 목덜미가 까맣게 탄 사람은 왕십리 미나리장수, 이마가 까맣게 탄 사람은 마포 새우젓장수라고 불렀다. 왕십리 주민들이 미나리를 팔려고 도성으로 들어가려면 아침 햇살을 뒤에 받으니 목덜미 쪽이 타고, 마포 주민들이 새우젓을 팔려고 도성에 들어갈 때면 아침 햇볕이 이마 쪽에 쏟아지기 때문에 생긴 표현이다.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 남부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국인 이민자 가정의 미국 정착기를 담은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미국 양대 영화상인 제78회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미나리'는 정 감독이 자신의 경험담을 쓰고 연출한 자전적 영화이다. 어린 손자를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온 할머니(윤여정 분)가 보따리 속에 미나리씨를 들여와 심는 과정이 나온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자라"라는 할머니의 대사처럼 미국에서는 생소한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약용식물을 심어서 비옥한 땅을 일구려는 한국 이민자의 애환이 읽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왕십리 미나리장수는 물론 한국인 그 누구도 미나리가 영화 제목으로 등장해서 세계적인 화제를 모을지는 미처 몰랐을 것이다. 한국적 정서의 글로벌화가 놀라울 따름이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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