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리빅버튼' 이성수 "공연은 음악인의 삶.. 무대를 지켜주세요"

이복진 2021. 3. 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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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이너로 변신
코로나 이후 공연장 하나둘 문 닫아
인디·라이브 음악인들 고통의 시간
한국판 '세이브아워스테이지스' 진행
8일부터 일주일간 온라인 페스티벌
홍대 5개 공연장서 67개팀 라이브
"심각성 알려 정부 지원 이끌고 싶어"
하드록밴드 해리빅버튼의 이성수가 공연장을 지키기 위한 페스티벌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saveourstages)’을 진행한다.
“언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종식될 겁니다. 하지만 그동안 적자로 큰 피해를 본 공연장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만약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공연장이 자리를 지키지 못한다면, 우리(뮤지션과 관객)는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이런 고민에서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saveourstages)’ 캠페인이 시작했습니다.”

하드록밴드 ‘해리빅버튼(HarryBigButton)’의 이성수는 1989년 4인조 록밴드 ‘데든(Deaden)’으로 시작해 ‘한국산 스래시 메탈’의 대표주자 록밴드 ‘크래쉬(Crash)’와 록밴드 ‘스푼(Spoon)’를 거친 국내 하드록 밴드 역사의 산증인이다. 영원히 록 뮤지션으로 살 것 같은 그가 갑자기 공연기획자가 됐다. 아니 캠페이너(Campaigner·활동가)가 됐다. 코로나19로 무너지고 있는 인디 음악과 라이브 음악계를 위해서다.

“지난달 말 우연히 사단법인 코드(C.O.D.E) 윤종수 이사장과 함께 폐업하고 있는 서울 홍익대 인근 라이브 공연장과 클럽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야기했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다고 공연장이 살아날 수 없어요. 정부 지원이 필요했죠. 마침 그때 미국의 ‘세이브아워스테이지스(#SaveOurStages)’가 떠올랐어요.”

‘세이브아워스테이지스’는 지난해 3월에 만들어진 미국 비영리단체 ‘니바(NIVA)’의 캠페인 명칭이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공연장이 문을 닫았다. 문제는 공연장 폐업으로 코로나19 종식 이후 가수, 배우, 스태프들도 돌아갈 무대와 직장을 잃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에 니바는 가수들과 함께 캠페인을 진행했다. 민주·공화당과 함께 2조2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담긴 세이브아워스테이지스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제이슨 므라즈 등 수많은 스타와 무상으로 ‘세이브아워스테이지스페스이벌(SaveOurStagesFestival)’이라는 온라인 행사를 열어 모금 후원도 진행했다.

이성수와 윤 이사장은 이를 착안해 ‘한국판 세이브아워스테이지스’를 계획 중이다. 바로 오는 8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온라인으로 열리는 페스티벌인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saveourstages)’다.
페스티벌 기간 동안 홍대의 대표적인 공연장인 롤링홀을 포함해 웨스트브릿지, 프리즘홀, 라디오가가, 드림홀까지 5개 공연장에서 라이브 공연이 열린다. 67개팀이 참가한다. 노브레인, 잔나비, 잠비나이, 크라잉넛, 카더가든, 트랜스픽션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인디 뮤지션은 물론이고, 다이나믹 듀오와 DJ DOC, 주석 등 래퍼도 함께한다. 이들은 매일 5개 공연장에 2팀씩 나뉘어 1∼2시간 공연한다. 다만 8일에는 웨스트브릿지에서 공연이 없으며, 14일에는 롤링홀에서 잠비나이 공연 하나만 열리고 뮤지션들이 모여 페스티벌 피날레를 장식한다.
“모든 공연은 라이브로 진행합니다. 녹화한 영상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생동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 중입니다. 실제 공연을 보는 것보다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최고의 음향과 영상을 관객들에게 선물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페티스벌은 유료로, ‘프레젠티드 라이브’란 플랫폼을 통해 생중계된다. 관객들은 1일권(1만원)과 전일권(5만원)을 구매해 공연장별로 나뉜 채널에서 보고 싶은 뮤지션 무대를 선택하면 된다. 가격이 너무 싸다는 질문에 이성수는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페스티벌을 여는 게 아니다”며 “티켓 판매 및 후원으로 얻은 이익은 공연장 대관료와 현장 인력, 참여 뮤지션 실비 등을 지급하는 데 쓰인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공연장’이 무엇이기에 이성수가 20여년 동안 함께했던 기타와 마이크를 놓고 캠페인을 하게 만들었을까. “공연장이 사라진다면 무대에 올라가는 뮤지션, 뮤지션의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 무대(공연)를 만드는 스태프 등 많은 사람의 삶이 빼앗기고 사라집니다. 무대는 많은 사람의 삶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삶을 지켜야 하죠. 그건 당연합니다.”

이성수는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수십년을 이어온 라이브 음악, 인디 음악 문화를 왜 지켜야 하는지 대중에게 알려주고, 정부의 근본적인 지원을 이끌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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