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처럼 뿌리 내리려는 이민자 가족, 그 아름다운 순간 들춰내"

박지현 2021. 3. 1. 17: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 '미나리' 배우 한예리
"아메리칸 드림 위해 이민
미국선 본인 이야기라며 공감
남편 결정에 불만 품고 있지만
불안한 아이들 다독이고
한국서 건너온 친정 어머니까지
영화 속 '모니카'의 모성은
희생이 아닐까 생각하며 연기"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미나리'에서 한예리는 엄마 모니카 역을 맡았다. 그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부모세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 판씨네마 제공

"너무 기쁘고 감사드리고 무슨 일인가 싶어요. 국내 관객들을 만나기 전에 이렇게 크게 이슈가 돼 기분이 좋지만 한편으론 긴장 되네요."

오스카 유력 후보작으로 부상한 영화 '미나리'가 3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2월 28일 밤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미국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는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트로피를 '미나리'의 품에 안겼다. 지난해 2월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이래 이번 골든글로브까지 '미나리'는 1년간 전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15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으며 75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 영화에서 엄마 모니카 역으로 열연하며 수상의 여정까지 지켜본 배우 한예리는 1일 "이 영화를 잘 봐주시는 것에 대해 모두 감사하다. 특히 미국분들이 본인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민 와서 미나리처럼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과정에 대한 공감 때문에 이 영화가 미국 안에서 더 크게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영화 '미나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제이콥 가족의 정착기를 다룬 작품이다. 여기서 한예리는 남편인 제이콥(스티븐 연)을 따라 198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미국 중부의 아칸소로 건너와 땅을 개척하는 남편을 도와 생계를 책임지고 자녀들을 돌보는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남편의 막무가내 결정에 불만을 품고 있으면서 동시에 불안해 하는 아이들을 다독이고 또 자신을 돕기 위해 한국에서 뒤늦게 건너온 어머니 순자(윤여정) 사이에서 남은 가족들을 잇는 가교와 같은 역할을 맡았다.

한예리는 "제가 생각했을 때 이 영화에서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모니카라고 생각했다"며 "어머니로서 모성을 표현하는 부분이 때론 어려웠지만 꼭 아이를 낳은 경험이 있어야만 모성이 생긴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 영화에서 모니카가 드러내는 모성은 희생이 아닐까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예리는 "연기를 하며 내 안에 모성과 부성 모두 생각하게 됐고 저의 전반적인 연기 생활에 대해서도 많이 돌아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배우 한예리 / 판씨네마 제공

영화 '미나리'가 국내에 개봉하기도 전에 해외에서 연일 화제를 불러오는 것에 대해 "이 영화는 '기생충'과 같은 대작은 아니다. 적은 예산에 잘 만들어진 영화이고 어찌보면 한국 관객들은 많이 다뤄지고 보여졌던 얘기, 잘 아는 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서 심심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기대를 많이 가진 분들이 계실까 긴장도 된다"며 "하지만 미국에서 이민자의 자녀로 살아온 정이삭 감독만의 방식으로 표현해냈다는 점과 더불어 우리의 인생과 삶을 비춰내는 방식을 눈여겨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예리는 "그 땐 몰랐지만 돌아보니 아름다운 우리의 삶, 보편적이지만 우리가 살아온 아름다운 순간들을 나중에 꺼내보는 사진처럼 이 영화가 들춰내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한예리가 이 영화를 출연하게 된 결정적 계기에는 정이삭 감독의 "(한)예리가 아니면 안 된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예리는 "정 감독께서 첫 미팅 후 주위 사람들에게 '모니카가 들어오는 줄 알았다'고 말씀하셨단 얘기를 들었다"며 "캐스팅을 해준 믿음을 져버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낯선 환경에서도 한국처럼 열심히 즐겁게 촬영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한예리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자신의 부모 세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부모세대들도 20대 초반의 나이에 결혼해 아이들을 기르며 그들도 성장통을 겪으며 살았겠구나 생각했다. 경제적으로 힘든 와중에서 우리가 잘 자란 것은 그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했다"며 "영화를 찍으면서 제이콥의 관점에서, 모니카의 관점에서, 또 자녀인 데이빗과 노엘의 관점에서 부모와 자녀 세대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예리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심장이 아픈 아들 데이빗이 할머니를 향해 달려가는 장면"을 꼽았다.

한예리는 "어둠 속으로 떠나려는 할머니를 붙잡기 위해 달리지 못했던 아이가 용기를 내서 달리는 힘, 대지를 잘 딛고 나아가는 힘과 의지가 보였다"며 "결국 할머니를 붙잡고 '우리 집은 저기'라고 돌아가자고 말할 때 가슴 뭉클했다"고 말했다.

한예리는 마지막으로 "이 영화 본 관객들이 돌아갈 때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가시길 바란다"며 "가족에 대한 마음이나 어린 시절에 대한 마음 너머 위로받는 시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때론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느끼고 작품 속에 담겨진 여름의 뜨거움과 초록을 눈에 시원하게 담아가신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가치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