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00대 기업 80% 'ESG 리스크'에 노출

강계만 2021. 3. 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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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불공정관행·공급망 등
159개 기업 ESG 사건 휘말려
두산중공업 작년 리스크 급등
삼성물산·기아·한진도 '심각'
지난해 전체 상장사 가운데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 갈등에 휩싸인 두산중공업의 환경·책임·투명경영(ESG) 리스크가 가장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별 ESG 리스크에서 주로 부각된 뉴스는 도덕성이었고 불공정 관행, 경영권 분쟁, 공급망 리스크 등이 뒤를 이었다. ESG 활동에 열의를 갖더라도 각종 사건·사고로 ESG 리스크에 노출된다면 기업의 통합 ESG 평가에서 감점 요인이 된다. ESG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전사적인 ESG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것이다.

1일 지속가능발전소의 '2020 연례 사건보고서'에 따르면 상장사 2373곳 중 19.9%인 474곳에서 ESG 사건·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ESG 사건에 휘말린 상장사는 2017년 447곳에서 2018년 461곳, 2019년 484곳으로 늘어났다가 2020년 474곳으로 소폭 줄었다. 지난해 200대 대기업만 놓고 보면 ESG 사건·사고 발생 기업은 전체의 80%인 159곳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지속가능발전소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매일 1만개 뉴스를 실시간 분석해 기업별 ESG 리스크를 산출한다. ESG 리스크 등급은 낮음(0~0.9점), 보통(1~1.9점), 높음(2~2.9점), 매우 높음(3~3.9점), 심각(4~5점)의 5단계로 분류된다.

ESG 리스크가 전년보다 급격히 상승한 기업은 두산중공업이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보통 단계인 1.2점에서 작년에 심각 단계인 4점으로 올라갔다. 자회사 부당 지원, 원전 부실 공사 은폐 의혹, 구조조정과 리스크 관리 부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지배구조 논란에 따라 2.6점에서 4.8점으로 상승했다. 롯데칠성음료는 0.6점에서 2.7점으로 올라갔다. 하도급업체 근로계약 해지 논란, 내부고발자 소송 등 소비자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되면서 리스크 관리 문제를 노출한 대신증권의 리스크 등급은 1.3점에서 3.3점으로 상승했다. 이어 금호타이어, LS, 두산인프라코어, STX, 제주항공, GS리테일 등의 리스크 상승 속도가 빨랐다.

ESG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키워드는 E분야에서 환경오염, S분야에서 안전, G분야에서 경영승계 등으로 각각 집계됐다. ESG 이슈별로는 도덕성이 2.14점으로 평균 리스크 점수가 가장 높았다. 도덕성이 기업별 ESG 성적표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뜻이다. 이어 불공정 관행(1.89점), 경영권 분쟁(1.89점), 공급망 리스크(1.87점), 내부거래(1.87점), 소비자 문제(1.85점), 사업장 안전보건 위반(1.85점) 등 순이다.

대기업 집단별로 ESG 리스크 분석 결과를 비교해보면 LG는 불공정 관행으로 뉴스에 오르내렸고, LG그룹 내 가장 리스크가 높은 기업으로 LG화학이 손꼽혔다. 롯데그룹과 현대차그룹에서는 공급망 리스크가 지난해 핵심 ESG 이슈였다. 삼성그룹은 도덕성, 한화그룹은 내부거래 등이 각각 부각됐다.

공공기관인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도 ESG 리스크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전력의 리스크 등급은 4.2점이었다. 대규모 석탄발전소 투자에 따른 기후변화 대응 능력 미비, 외주업체 근로자 사망, 지역사회와의 갈등이 ESG에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한국가스공사는 비정규직 직접 고용을 둘러싼 파업 등으로 인해 ESG 리스크에서 매우 높음 단계인 3점을 받았다. 이 밖에 리스크 등급이 심각 수준인 기업은 연이은 산업재해에 직면한 포스코(4.4점),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한진(4.2점), 노사 갈등과 차량 결함 논란의 기아(4.6점) 등이다.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는 "ESG 평가에서 5년 전보다 지배구조 뉴스는 줄어들고 사회와 환경 문제는 증가하고 있다"며 "기업은 사회공헌 등 잘하고 있는 것을 홍보할 것이 아니라 ESG 리스크 개선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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