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를 먼저 하면 생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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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 나가면 종종 듣는 질문이 있다.
자기 주도력은 아이들이 나이가 되면 키가 자라듯 그렇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무언가 자기 주도적으로 하게 하는 첫출발은, 해야 할 것을 먼저 하게 하는 순서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숙제를 하고 나서 놀 수 있게 해주는 것, 단지 순서만 바꾸었을 뿐이지만, 이것을 지속해서 한 아이는 결국 스스로 그 과정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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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 나가면 종종 듣는 질문이 있다.
“우리 아이가 곧 초등 입학인데… 아직 자기 스스로 하는 게 없어서 걱정이에요.” “우리 아이는 초등 3학년인데도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게 없어요. 답답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공부든 생활 습관이든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것이 생각보다 많다. 스스로 알아서 책을 읽었으면 좋겠고, 스스로 알아서 방 정리를 했으면 좋겠고, 스스로 알아서 잘 씻었으면 좋겠고, 스스로 알아서 운동했으면 좋겠고, 스스로 알아서 잘 놀았으면 좋겠고, 스스로 알아서 친구들을 잘 사귀었으면 좋겠고….
이러한 모든, 스스로 알아서 했으면 하는 것들은 때가 되면 저절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자기 주도력은 아이들이 나이가 되면 키가 자라듯 그렇게 생기는 것이 아니다. 교육적 의도에 의해 자기 주도력을 발휘하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가능하다.
아이가 스스로 하게 하는 것의 시작은 일의 우선순위를 지키는 것에서 출발한다. 보통 자녀에게 숙제를 하게 하려면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간다.
“숙제하고 놀아라!” “엄마 30분만 놀고 숙제할게요. 30분만요.” “그래 그럼 30분만 놀고 숙제해라. 30분만이야.”
안타깝지만 이 작은 타협이 아이의 자기 주도력을 흩트린다. 30분 뒤 상황은 더욱 좋지 않게 된다. 아이가 한참 놀이에 몰두해 있을 그 시간, 엄마는 시간이 되었으니 숙제를 하라며 방문을 연다. 결국 아이는 5분, 10분 시간 연장을 요구하고, 엄마는 화를 낸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일이 매일 벌어진다. 엄마는 지치고 아이는 짜증지수가 올라간다.
30분 놀이를 한 뒤 숙제를 해야 하는 상황은, 어른들 입장에서 한-일 축구 경기를 시청하다가 막 골을 넣을 것 같은 순간에 티브이(TV)를 끄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재미있는 드라마에서 스토리의 절정의 순간에 채널을 돌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이들이 그와 비슷한 몰입 상태에 있을 때 해야 할 것들을 미루는 건 당연한 절차가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자기 스스로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동안 상황을 멈추고 의지적으로 스스로 해본 경험보다 그 반대의 경험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아이가 무언가 자기 주도적으로 하게 하는 첫출발은, 해야 할 것을 먼저 하게 하는 순서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숙제를 하고 나서 놀 수 있게 해주는 것, 단지 순서만 바꾸었을 뿐이지만, 이것을 지속해서 한 아이는 결국 스스로 그 과정을 지킨다. 더불어 성취감을 얻게 된다. 해야 할 것을 먼저 끝냈다는 성취감과 더불어, 놀이 시간이 보상으로 덧붙여진다.
초등 고학년이 되어 ‘자기 주도력’을 갖추고 무언가 도전하는 아이들은 대단한 일을 하는 게 아니다. 단지 많은 일 중 해야 할 것을 먼저 했을 뿐이다.
김선호 ㅣ 서울 유석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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