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의 진심, 오스카까지 통할까

서정민 2021. 3. 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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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으로 유명한 이스라엘 출신 배우 갈 가도트가 한국말로 "미나리"라고 외쳤다.

하지만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는 '대화의 반 이상이 영어가 아니면 외국어 영화'라는 규정을 내세워 주로 한국어 대사가 나오는 <미나리> 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만 올리고 작품상 심사 대상에서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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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삭 감독 '미나리' 78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코로나 탓에 딸과 함께 영상으로 수상 소감 전해
"그들만의 언어로 얘기하려 애쓰는 가족 이야기..
미국 언어나 그 어떤 외국어보다 깊은 진심의 언어"
폐쇄성 비판 의식한 듯 다양성 반영 노력 엿보여
중국계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 작품상·감독상
2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미나리>의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딸과 함께 영상에 등장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정 감독은 “<미나리>는 그들만의 언어로 얘기하려고 애쓰는 가족의 이야기다. 이는 미국 언어나 그 어떤 외국어보다 깊은 진심의 언어(Language of Heart)다”라고 말했다. 베벌리힐스/AFP 연합뉴스

‘원더우먼’으로 유명한 이스라엘 출신 배우 갈 가도트가 한국말로 “미나리”라고 외쳤다. 그러자 영상에 등장한 소녀가 아빠를 끌어안으며 영어로 속삭였다. “내가 기도했어! 내가 기도했어!”(I prayed! I prayed!) 재미동포 리 아이작 정(한국 이름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호명되는 순간이었다.

<미나리>가 28일(현지시각) 저녁 열린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아카데미와 더불어 미국 양대 영화상으로 일컬어지는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 전초전’으로도 불린다. 이날 시상식은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베벌리힐튼호텔과 뉴욕 록펠러센터에서 참석자를 최소화한 가운데 진행했으며, 후보와 수상자는 외부에서 화상 연결로 참여했다.

제78회 골든글로브 화상 시상식 장면. 판씨네마 제공

자택에서 딸과 함께 화상으로 등장한 정 감독은 스티븐 연, 윤여정, 한예리 등 출연 배우와 스태프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아내에게 고맙다. 여기 함께한 딸은 제가 이 영화를 만든 가장 큰 이유”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미나리>는 그들만의 언어로 얘기하려고 애쓰는 가족의 이야기다. 이는 미국 언어나 그 어떤 외국어보다 깊은 진심의 언어(Language of Heart)다”라고 설명했다. 가족의 사랑을 전하는 <미나리>가 언어의 장벽을 넘어 보편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로 이주한 한인 가정 얘기를 담은 정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다. 브래드 핏의 제작사 ‘플랜비(B)’가 제작해, 직전까지 세계 여러 영화상에서 74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을 정도로 호평받았다. 정 감독은 최근 한국 언론과 한 화상 간담회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이렇게 호평받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 이야기하는 데 있어 나라와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 <미나리>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하지만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는 ‘대화의 반 이상이 영어가 아니면 외국어 영화’라는 규정을 내세워 주로 한국어 대사가 나오는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만 올리고 작품상 심사 대상에서 배제했다. 이를 두고 전세계 영화인과 미국 언론 사이에선 골든글로브의 보수성과 폐쇄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골든글로브는 이날 시상식에서 다양성을 좀 더 반영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계 미국인 클로이 자오 감독이 <노매드랜드>로 작품상과 감독상의 주인공이 됐다. 아시아계 여성 감독으로선 두 상 모두 최초다. 지난해 대장암 투병 끝에 숨진 흑인 배우 채드윅 보즈먼은 <마 레이니스 블랙 보텀>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 빌리 홀리데이>에서 전설적인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를 연기한 흑인 가수 겸 배우 앤드라 데이는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픽사 애니메이션 최초로 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울>은 음악상과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영화 <미나리>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이제는 <미나리>의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에 눈길이 쏠린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뒤, 이어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미나리>도 비슷한 길을 걸을지 주목된다. 미국 매체들은 윤여정을 강력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로 점치고 있다. 아카데미는 오는 15일 후보를 발표하고, 다음달 25일 시상식을 연다. <미나리>는 3일 국내 개봉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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