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사고 내 과실이 90%면, 내 보험사가 90% 보상한다

윤진호 기자 2021. 3. 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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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자동차 사고시 자신의 과실은 본인 보험사에서 보상받는다. / 뉴시스

A씨가 운전하던 차가 서행 중이던 B씨의 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두 사람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A씨는 치료비로 600만원, B씨는 50만원이 나왔다. A씨 과실은 90%로 사실상 B씨가 피해자로 인정됐다. 그럼에도 그 동안 현행 보험제도에 따르면, A씨의 치료비는 모두 B씨의 보험사에서 보상을 해줘야 했다. 그러나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A씨는 치료비 대부분을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에서 보상을 받아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1일 이런 내용을 담은 ‘보험산업 신뢰와 혁신을 위한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우선 보험상품 구조를 개편해 보험료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자동차보험이 대표적이다. 현행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과실 유무와 무관하게 상대방의 치료비를 전액 지급하도록 돼있다. 과실이 10%에 불과한 B씨가 피해자임에도 A씨의 치료비를 물어줘야 하는 식이었다. 금융위는 “이러한 보험금 지급 구조로 인해 연간 5400억원에 달하는 과잉진료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차 사고 치료비 지급보험금(3조원)의 1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경상환자(상해 12~14등급)에게 지급된 보험금은 1인당 179만원으로 2016년(126만원)에 비해 42% 급증했다. 반면 중상환자 치료비는 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본인과실을 본인보험으로 처리하게 되면 과잉진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다수의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만기가 지났거나, 보험금 지급 사유가 생겼는데도 찾아가지 않은 ‘숨은보험금’도 소비자들이 찾아가기 쉽게 한다. 현재 숨은보험금 조회시스템은 소비자가 보험금을 확인한 후, 개별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해야 했다. 앞으로는 조회시스템에서 보험금을 확인하고, 곧바로 지급 받을 계좌를 입력하면 보험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개별 보험사에 연락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지는 셈이다.

또한 그 동안 손해율, 보험금 지급 관련 데이터만 활용할 수 있었던 보험사의 데이터 활용 범위도 건강·질병 등 비금융 데이터까지 확대된다. 보험사가 헬스케이·IT기업 등과 제휴를 통해 일종의 종합생활금융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보험사의 플랫폼에서 가입 뿐만 아니라 건강관리, 자산관리, 식단관리, 간병서비스까지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중 관련 제도를 정비하겠다”이라고 말했다.

보험 영업분야에선 비대면 모집이 활성화되도록 관련 규제를 손본다. 화상통화 등을 통한 보험모집을 허용하고 사람 대신 AI(인공지능)가 전화 설명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한다. 전화로 상품을 권유하면서 계약내용 확인 및 서명 등은 모바일로 하는 혼합형 모집방식도 허용한다.

금융위는 보험산업내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한다. 우선 금융그룹별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1개씩만 허가해주는 ‘1사 1 라이선스’ 정책의 유연화 할 예정이다. 같은 그룹 내에서도 여러 보험사가 고객, 상품, 채널별로 특화된 사업전략을 갖고 경쟁하는 일본, 호주 등의 사례를 염두하고 있다. 즉 하나의 금융그룹이 여러 개의 보험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액단기보험사 신규허가, 디지털 보험사 추가 허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6월 개정 보험업법이 시행되면 자본금 20억원만으로도 날씨·동물·도난·질병·상해 등을 취급하는 ‘미니 보험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 보험사로는 현재 교보라이프 플래닛, 캐롯손보가 있고, 카카오페이가 예비허가 심사 중이다.

권대영 금융위 국장은 “핀테크업체나 벤처캐피탈(VC) 등 보험산업에서 경쟁과 혁신을 선도할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특히 소액단기보험에 관심이 많다”며 “이달 중 인가설명회를 개최해 그들이 시장에 잘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 금융위는 보험사 경영실태평가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및 투자 세부 평가를 포함해 ESG 경영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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