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우주 탐사 경쟁 가열 | 미국 퍼시비어런스 화성 착륙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미국의 이동형 탐사 로봇(로버) ‘퍼시비어런스’가 2월 18일(현지시각) 화성에 착륙했다. 영어로 ‘인내(perseverance)’라는 뜻의 퍼시비어런스는 앞으로 2년간 화성 곳곳을 누비며 암석을 채취하고 생명체 흔적을 찾을 것이다.
화성 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지만, 각국의 화성 탐사 도전은 활발하다. 앞서 2월 10일에는 중국 궤도선이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중국은 궤도선과 고정형 착륙선, 로버를 동시에 운용하는 첫 번째 국가를 목표로 한다. 아랍에미리트(UAE)도 2월 9일 화성 탐사선 ‘호프(Hope)’가 화성 궤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UAE는 짧은 개발 기간과 적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과감한 투자, 우주 개발 선진국(미국)과 효과적인 협업 등에 힘입어 첫 발사를 잘 해낼 수 있었다. 한국도 호프 개발 기초 마련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국의 관심은 화성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주 탐사의 전략적·경제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제 사회는 다양한 우주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019년 일본은 소행성 착륙에 성공했고, 같은 해 중국은 달 뒷면 착륙에 성공했다. 미국은 인류 최초로 2024년까지 달에 여성 우주인을 보내고 2028년까지 달에 유인 기지를 건설한다는 내용의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주 개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시대 때 시작됐다. 양극단의 체제가 경쟁하는 과정에서 인류는 미지의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고, 우주 기술로 얻을 수 있는 생활 경제적 편익도 알게 됐다. 최근 우주 선진국들은 오랜 기간 막대한 투자로 쌓아 올린 산업 기반 아래에서 경제 영역은 민간의 역할을 키우고, 신기술 개발에 필요한 영역은 국가가 주도하는 형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변화는 삶의 질 향상, 국격 제고, 신기술 창출과 같은 전통적인 우주 개발 논리를 넘어 우주 자원 확보, 지적 호기심 충족, 인류의 새로운 정착지 탐색, 지구 안전, 사회 문제 해결 등 보다 광범위한 논리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우주 개발은 국력의 핵심 인자로서 지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전 세계가 공유하는 사회 인프라의 성격을 띤다. 지상 시스템에 없는 ‘광역성’과 다수에게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보낼 수 있는 ‘동보성’이 특징인 기상위성과 위성항법장치(GPS) 사례처럼 말이다.
또 무인 탐사선의 행성 탐사나 표본 회수(sample return) 등의 활동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아 한 국가의 정책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1959년 달 뒷면을 촬영한 루나 3호, 1986년 발사한 핼리혜성 탐사기, 1990년 발사한 허블 우주망원경 등이 수집한 데이터는 특정 국가에 속한다기보다는 인류가 공유하는 재산으로 공개된다. 이를 주도한 국가는 국제 사회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동시에 매력도와 인지도를 강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韓 달 탐사 기술 스핀오프 계획
우주 산업 강화는 한국에도 해당하는 국가 과제다. 한국은 1996년 첫 번째 우주 개발 계획을 수립한 이래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실용주의를 지속해서 강조해 왔다. 다행히도 이 과정에서 아주 빠른 발전을 이뤄냈다. 우리나라는 한정된 예산을 분야별로 집중 투자하는 전략으로 단계별 기술 확보를 추진 중이다. 1단계 실용위성 기술 확보, 2단계 발사체 기술 확보, 3단계 우주 탐사 기술 확보 및 발사체 성능 개량 도모 등으로 구분한다.
한국 최초의 우주 탐사 사업은 ‘한국형 달 궤도선’ 개발 사업이다. 달 탐사 1단계 사업인 달 궤도선은 2022년 7월 발사돼 12월 달 궤도에 진입한 뒤 달 고도 100㎞의 원 궤도에서 약 1년간 달 표면 관측 등의 과학 임무와 우주 인터넷 시험 등의 기술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산 과학 탑재체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 탑재체를 활용해 획득한 각종 데이터를 한국과 NASA 지상국에서 받아 공동 활용할 방침이다.
또 달 궤도 탐사 역량을 키워 한국의 우주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달 탐사 기술을 스핀오프(spin-off·파생을 통한 창조)해 국내 민간 분야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달 탐사 2단계 사업은 착륙선 발사와 임무 수행을 목표로 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 우주 인터넷, 원자력 배터리, 로버·발사체 관련 기술에 대한 선행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중 우주 인터넷은 2022년 발사 예정인 달 궤도선에 탑재될 기술 검증용 탑재체(DTNPL)를 이용해 기술 검증을 할 것이다. 달 착륙 성공과 전략 기술 확보를 전제로, 달 탐사 과정에서 쌓은 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해 소행성 샘플 귀환선을 자력으로 발사하는 게 다음 단계다.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 계획’에 한국의 우주 탐사 일정이 담겨 있지만, 장기적인 발전 방향에 관한 내용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글로벌 우주 탐사 트렌드를 반영하고 우리만의 비전과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주 탐사 계획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달 착륙선을 2030년 이전에 개발하려면 사업 착수를 서둘러야 한다. 국내 최초로 도전하는 달 착륙선 개발 사업인 만큼 사업 여건을 분석해 방향 설정을 명확히 하고, 국내 연구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특히 상업화 전략을 미리 염두에 둬야 한다. 지속 가능한 달 탐사를 위해 달 궤도 수송 비즈니스에 민간 업체 참여를 구상하는 우주 선진국들처럼 말이다. 달 궤도 수송에 민간 기술과 투자가 들어가면 비행 효율성(flight cadence) 향상과 수송비 절감을 빠르게 유도할 수 있다. 동시에 국가는 일정량의 탑재체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함으로써 민간 기업들의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도와줘야 한다.
우주 개발은 시장에 맡기는 것만으로는 투자나 기술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위성과 위성 활용 분야 기술 확보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발사체 기술 확보 후에도 활용성 및 기술 성능 향상에 관한 투자를 멈추지 말고, 신규 우주 탐사 분야에 대한 방향성 정립에도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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