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궤적]<2>ESG 경영과 기업가치

길재식 2021. 3. 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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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권에서는 일찍이 시작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하다.

올해 초부터 많은 대기업과 금융기업이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그동안 주주가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 온 주주자본주의가 주주뿐만 아니라 고객, 근로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까지 포함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변화가 시작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나 유럽연합(EU) 국가들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가고, 전기차 보급과 친환경 에너지 활용도가 늘어나면서 ESG 가운데 환경(E)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ESG 가운데 지배구조(G)에 더 주목하고자 한다.

최근 호황인 증시에서 웬만한 상장 기업들의 기업 가치가 최고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몇몇 사례는 기업 가치 상승에서 지배구조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기업이 소액주주의 이익은 외면하고 대주주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이 많던 과거와 비교하면 같은 지배구조지만 경영진 세대 교체만으로도 ESG 가운데 지배구조에 대한 리스크가 한층 더 줄어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또 아직까지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약한 국내 증시에서 일부 코스닥 종목에 대한 국내 자산운용사와 PE들의 주주 제안이 받아들여져 주가가 급등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과거 대기업 집단 지주회사는 경영지배권 승계 등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치부됐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계 지주회사 가운데 일부는 투자회사로의 전환 등을 선언하고 그룹 전체 자원의 효율 배분, 미래 신사업 적극 투자 등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에서 호응을 받고 있다.

과감한 세대 교체나 우수한 해외 인재 등을 영입하는 경우에도 애널리스트의 긍정 평가를 볼 수 있다. 전통산업에 속한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AI) 등 첨단 정보기술(IT)로 무장한 인터넷·모바일 기업과의 경쟁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경영진 변화를 통해 과거 레거시에서 탈피해 변화를 시작하는 기미만 보여도 해당 기업의 미래 전망에 대한 청신호가 나오기도 한다.

과거 은둔 경영자 스타일보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소통하는 경영자가 호평받고 있기도 하다. 이는 경영자의 의사결정이 좀 더 예측 가능하고 투명할 수 있다고 판단, 시장이 더 높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예전보다 경영자나 기업이 소비자인 일반 대중과 온라인 세상에서 쉽게 소통하면서 시장의 반응을 직접 느끼고, 고객 반응을 신속히 파악하면서 신상품이나 새로운 서비스 출시에 좀 더 효과 높게 대응할 수 있다.

최근 SK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 등이 인센티브나 인사평가 등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 개진에 대해 최고경영자(CEO) 또는 최대주주가 직접 답변하고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한편으로는 경영진 입장에서 과거와 다른 MZ세대 직원들의 돌발 행동으로 당황스러운 상황일 수 있지만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이에 대해 설명하고 답변하는 모습은 과거 권위주의를 띠던 경영자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긍정 모습이다.

분명 지배구조의 변화와 경영진의 변화 사이에는 차이가 있으며, 둘 사이를 혼동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만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경영자들은 과거보다 주주, 근로자, 사회공동체 등에 배려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경영활동 및 의사결정에 나서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식시장은 이러한 경영자들이 운영하는 회사의 미래가치가 더 높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이를 주가를 통해 말해주고 있다.

앞으로 기업의 성공은 주주, 근로자, 채권자, 고객, 협력업체, 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부합해야만 가능하다. 이들을 만족시키는 능력이 기업의 진정한 능력이다. 앞으로 시장도 기업의 이해관계자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더 높게 평가할 것이다. ESG에 충실한 기업에 더 집중하자.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 alex.kim@hana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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