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K', 김민기·조동진 있었기에 아이유·BTS도 가능했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2021. 3. 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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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K', 음악이 좀 더 소중했던 순간과의 재회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이하 <아카이브K>)가 8회 '동아기획 사단'편을 방송했다. 지난 7회 '대학로 학전 소극장'편과 함께 <아카이브K>는 관점에 따라 한국 대중음악의 절반이라 할만하지만 그 가치만큼의 조명을 받지 못하던 포크와 록 계열의 공연형 뮤지션들을 다뤘다. 이들은 가사가 삶의 본질을 함축해 담는 시적인 문학성을 갖도록 노력했고 음악적으로는 독창성과 완성도에 예민한 음악팬들을 만족시킬 만한 작품성을 이뤄냈다.

<아카이브K>는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전설의 가수들이 펼치는 라이브 무대와 영상, 토크로 기록하는 다큐음악쇼'를 추구한다. '발라드' '90년대 나이트 DJ와 댄스음악' '이태원 문나이트' '홍대앞 인디뮤직' 등 테마별로 구분해 다뤘고 마지막으로 'K-pop 아이돌' 편을 남겨두고 있다.

'국민 대다수 삶과 함께하는 대중음악과 관련해 변변한 자료보관소 하나 없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대중음악사의 중요한 가수들을 인터뷰해 기록하고 이들의 증언과 무대를 대중들에게 선보이겠다'는 취지다. 기획 의도에 많은 가수들과 가요 종사자들이 공감해 어디서도 좀처럼 만나기 힘든 증언과 고품질 공연이 매회 이어지고 있다.

'대학로 학전 소극장'편에서는 윤도현, 권진원, 동물원, 여행스케치, 유리상자 등이 출연했다. 이들뿐 아니라 공연형 뮤지션들이 이후 활동 스타일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소중한 무대의 제공자 학전 소극장에 대한 기억을 소개하고 당시의 공연을 재현했다.

'동아기획 사단'편에서는 자유로운 음악 세계를 추구하면서 높은 음악성과 완성도의 작품으로 가요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뮤지션들의 기획사였던 동아기획 소속 가수들이 등장했다. 빛과소금, 박학기, 함춘호, 유영석, 장필순, 김현철 등이 당시 대표곡들을 들려주는 공연으로 시청자들의 귀를 감동시켰다.

이 두 회차에서 이제는 세상에 없는 김광석과 김현식에 대해 자주 보기 힘든 희귀한 자료와 다양한 증언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반가웠다. <아카이브K>는 후배 김필, 하동균을 통해 각각 '그날들'과 '비처럼 음악처럼' 공연을 부활시켜 추억하기도 했다.

특히 학전을 만든 김민기의 '그사이'를 처음으로 공개 무대에서 부르는 양희은의 공연과, 장필순이 동아기획 사단의 정신적 지주였던 한국 포크의 거목 조동진의 '제비꽃'을 부르는 순간은 커다란 의미만큼의 울림도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아카이브K>는 김민기와 조동진도 조용필, 서태지와 함께 이야기돼야 한국 가요사가 온전히 채워진다는 사실을 환기시켜 줬다. 김민기와 조동진은 창작자보다 서구와 일본의 음악 수입업자들이 대세이던 가요계에 한국적 정서의 대중음악을 확립한 대표적인 음악인들이다. 가요 가사가 시에 못지않은 문학성을 갖춰 깊이를 더하는데도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이런 가사의 문학성 추구는 아이유나 방탄소년단 등 현재 최고의 가수들에게로 그 면면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아카이브K>는 김민기와 조동진, 그리고 이들의 영향을 받은 후배 뮤지션들의 음악이 팬들에게 자부심이 되고 위로가 됐던 시절을 소환해줬다. 자부심은 음악적 독창성을 찾기 위한 이 뮤지션들의 노력과 성취한 완성도에 고귀함이 있다는 가치관에서 비롯됐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과의 비교를 떠나, 내가 좋아하는 학전과 동아기획 계열의 음악이 나의 작품성 기준에서 판단할 때 높은 가치를 지녔다는 점에 자긍심을 갖던 음악팬들이 적지 않았다.

이 팬들은 또한, 어떤 음악이든 위안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특히 학전과 동아기획 계열의 뮤지션들의 작품에서 깊은 위로를 얻기도 했다. 이 뮤지션들의 시적인 가사에 담긴 깊은 성찰은 많은 팬들에게 진한 위로로 다가갔다. 가사에 존재하는 시적 여백은 위로의 진폭을 확대해 젊은 날의 혼란과 불안을 견디는 데 큰 힘이 돼주기도 했다.

<아카이브K>는 음악이 좀 더 소중했던 순간과의 재회를 주선한다. 학전과 동아기획 뮤지션들의 <아카이브K> 공연은 둔감해진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지금, 음악이 고귀한 가치가 되던 시절을 다시 만나게 하고, 이들의 음악이 가진 진한 위로의 힘이 세월의 변화와 무관하게 여전함도 확인하게 했다.

<아카이브K>의 공연은 기록을 위한 작업의 결과물이지만 객관적인 자료로서 역사의 일부를 증언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많은 일을 한다. 8회를 마친 <아카이브K>가 일단 10회까지만 계획돼 있다는 사실이 아쉬운 것도 그 때문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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