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기념사를 통해 본 한-일 관계의 미래는?

길윤형 2021. 3. 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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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에서 역사 갈등과 다른 현안을 구별해 접근한다는 '투 트랙' 기조에 기초한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올해 3·1절 기념사는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3각 협력의 복원을 강조해 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공개되는 것이라 국내외의 큰 이목을 모았다.

이는 거꾸로 말해 7월 도쿄 올림픽이란 계기를 놓치면, 내년 5월까지인 문 대통령 임기 내에 한-일 관계 개선이 아예 불가능해 질 수도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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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ㆍ1절 기념식에서 독립운동가 임우철 애국지사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에서 역사 갈등과 다른 현안을 구별해 접근한다는 ‘투 트랙’ 기조에 기초한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나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배상 판결 등 ‘핵심 현안’에 대해 일본이 기대했던 ‘구체적 해결책’을 내놓진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에도 한-일 관계가 훈풍을 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올해 3·1절 기념사는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3각 협력의 복원을 강조해 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공개되는 것이라 국내외의 큰 이목을 모았다. 하지만 일본이 집요하게 요구해 온 현안 해결을 위한 한국의 ‘양보안’을 제시하진 않았다. 대신 “한국 정부는 언제나 피해자 중심주의 입장에서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과 “한-일 양국의 협력과 미래 발전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협력 의지를 동시에 드러내는 ‘투 트랙’ 기조를 재차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일 협력은 “두 나라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동북아의 안정과 공동번영에 도움이 되며, 한-미-일 3국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협력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엔 한-일 관계를 잘 풀어보려는 의지가 있지만, 일본의 ‘경직된 태도’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바이든 행정부에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취임한 뒤 “가장 가까운 친구인 일본 정부와 언제든지 마주 앉아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호소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직접 일본을 찾아가 ‘도쿄평화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의 이 같은 유화적 자세에도 일본은 “관계 개선을 위한 계기를 한국이 만들어야 한다”며 경직된 자세를 고수했다. 지난 1월 8일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직접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는 스가 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신임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와 면담을 거부하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전화회담에도 응하지 않는 냉담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다루는 대원칙인 ‘피해자 중심주의’를 꺾어가면서까지 일본과 관계 개선에 나설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내린 듯 보인다.

앞으로 양국이 관계 개선을 시도한다 해도 합의안을 도출해 내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역시사지의 자세로 머리를 맞대면 과거의 문제도 얼마든지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다”며 한-일 공동의 노력을 강조했지만, 일본은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한 조처를 강구해야 한다”(1월23일 일본 외무상 담화)며 한국의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 국내 상황으로 눈을 돌려봐도 코로나19와 스가 총리 장남의 총무성 관료 접대 문제 등 정치 스캔들 때문에 한국과 진득하게 협상을 진행할 형편이 못 된다.

결국, 한-일 관계가 풀리려면 이르면 4~5월께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확인되며 각국이 방역에 자신감을 갖게 되고,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을 공개하며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등 도쿄올림픽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제반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관계를 먼저 풀어야 남북 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설 때, 문 대통령에게도 ‘양보의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거꾸로 말하자면, 7월 도쿄 올림픽이란 계기를 놓칠 경우 내년 5월까지인 문 대통령 임기 내에 한-일 관계 개선의 새로운 기회를 잡는 게 어려울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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