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군위안부'는 인정, 보편적 인권 문제는 아니다?..왜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이동준 2021. 3. 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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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부과학성은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 교과서에 ‘종군위안부’ 관련 기술을 삭제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문부성은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등 우익단체가 위안부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는 요구에 “(삭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이 위안소를 설립하고 한국 등에서 위안부를 강제 모집해 운영한 사실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부정만 하는 건 아니다. 지난 1993년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은 ‘고노담화’를 통해 문제를 직시하고 한국 등 피해국에 사과했다.

고노담화에는 △위안소는 당시 (일본)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관리 및 위안부 이송에 구 일본군이 관했다는 내용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올린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보편적 인권 문제’는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앞서 박근혜 전 정부 당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맺은 한일합의에 따라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이고 불가결적인 해결을 확인했다는 이유에서다.

과거를 부정으로 일관하는 건 아니지만 양국 정상이 합의했으니 인권 문제도 해결됐다고 보는 게 일본 입장인 것이다.

◆‘종군위안부’는 인정

지난 24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새역모와 ‘위안부 진실 국민운동’ 등 일본 우익단체들은 지난해 12월 18일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 앞으로 위안부 관련 기술을 삭제하도록 야마카와출판에 권고하라는 요청서를 보냈다.

교과서에는 ‘전시 체제하의 식민지·점령지’라는 제목으로 “많은 조선인과 중국인이 일본에 징용돼 광산, 공장 등에서 가혹한 조건 하에 노동을 강요당했다”고 기술됐다.

또 “전지(전쟁터)에 설치된 ‘위안시설’에는 조선, 중국, 필리핀 등지에서 여성이 모집됐다. (이른바 '종군위안부')”라는 설명이 게재됐다.

일본 정부는 1993년 8월 고노담화를 발표하고 한국과 피해국에 반성과 사죄를 표명했는데 이를 계기로 1995년 일본의 전 출판사 교과서에 위안부 문제가 실렸다.

그러나 위안부 호칭을 둘러싼 논란과 해당 교과서를 사용하는 학생의 성장기를 고려하지 않은 기술이라는 비판론이 일본 우파를 중심으로 커지면서 2004년부터 위안부 관련 기술이 사라졌다.

이후 2015년 진보 성향인 마나비샤출판의 역사교과서에 다시 등장한 위안부 관련 내용이 지난해 검정을 통과한 야마카와출판의 교과서에 실렸다.

이에 우파를 중심으로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고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는 요구와 압박이 거셌지만 문부성은 “해당 교과서에 군과 관헌에 의한 강제적인 연행이 있었다고 기술돼 있지 않아 강제연행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 견해와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강제 연행은 부인하지만 위안소 운영과 위안부가 존재했던 것을 인정한 것이다.

◆보편적 인권 문제는 아니다?

반면 “위안부 문제는 보편적 인권 문제로 봐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23일 ‘제46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의에서 최종문 외교부 제2차장은 “위안부 문제는 보편적 인권 문제로 분쟁에서 중대한 인권 침해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며 “분쟁 하 성폭력 문제 해결은 시급한 사안 중 하나다. 성폭력이 전쟁 전술이자 고문과 테러 수단으로 계속 활용되는 현실이다. 우리가 그런 폭력의 희생자와 생존자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고통스러운 경험으로부터 현재·미래 세대가 귀중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차관은 “한국 정부는 생존자 중심 접근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 회복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차관의 이같은 발언에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24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 최 차관 발언에 대해 “우리나라(일본)로서는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결적인 해결을 확인한 한일합의에 비추어 봤을 때 이러한 발언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후 답변권 행사로 적절히 우리나라(일본)의 입장을 주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가토 관방장관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발언은 두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다.
먼저 최 차관이 위안부 문제를 보편적 인권 문제로 인식하고 세대에게 귀중한 교훈을 남겨야 한다는 걸 반대한다. 또 한국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 회복 노력한다고 밝힌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 정부에서 한일간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고 이와 관련한 문제를 다시 들춰내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제사회에 위안부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 등이 알려져선 안 된다는 분위기인데 대표적인 예가 독일의 수도 베를린 중심가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싼 일본의 강한 반발이다.

베를린 미테구에 소녀상 영구설치 결의안이 의결되자 당시 가토 관방장관은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미테구 등 관계자에게 일본의 입장에 대해 설명해왔다”며 “이번 결정은 일본의 지금까지의 입장, 대처와는 양립할 수 없는 극히 유감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로서는 계속 여러 관계자에게 접근해 일본 정부 입장에 대해 설명하고 동상(소녀상)의 신속한 철거를 계속 요구하겠다”며 철거 압박을 계속할 뜻을 내비쳤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매우 민감히 반응하며 반발하는 건 과거 저지른 만행이 전 세계에 드러나고 이에 따른 나쁜 인식과 비판 등을 의식한 행동이다.

실제 베를린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을 당시 일본 정부는 지자체와 일부 시민들의 힘을 모아 소녀상이 설치된 베를린 미테구에 “소녀상이 세워져 일본인에 대한 차별이 우려된다”며 조속한 철거를 바란다는 내용의 ‘투서’(投書·의견, 희망, 불만 등을 신문 등의 보도기관이나 공공기관에 보내는 일)를 잇따라 전달했다.

그러면서 ‘우호도시’라는 점을 강조하며 소녀상 철거 압박을 가했다.

일본은 전쟁 가해국이다. 누구보다 사실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이 교훈을 인류가 되새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은 ‘합의’를 명분으로 과거 숨기기에 급급하고 심지어 사실을 왜곡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에 급급하기보다 지금이라도 지난 일 반성하고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도록 앞장서는 모습이 지금 일본에겐 필요하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세계일보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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