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서 사랑하자, 걸으면서 사랑하자

한겨레 2021. 3. 1.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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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학년 마음공부.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어요? 그래서 마음공부 하는 거 아니냐? 마음공부 열심히 하면 자기 허물은 감추고 남의 허물은 드러내서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하도록 만들지 않을 수 있다.

-9학년 마음공부 시간에 벼락 같이 주신 말씀.

-7학년 마음공부 마치고 학교에서 생일 케이크에 촛불 켜고 축하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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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월간 풍경소리]

전남 순천사랑어린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의 순례 모습. 사진 사랑어린학교 제공

-7학년 마음공부. 저마다 질문 하나씩 가져오니 수업이 저절로 흥미롭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왜 자기 잘못은 감추고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걸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런데, 너는 안 그러니? 실은 나도 그래요.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요. 좋다, 남들은 그러더라도 너는 그러지 않도록 해라.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어요? 그래서 마음공부 하는 거 아니냐? 마음공부 열심히 하면 자기 허물은 감추고 남의 허물은 드러내서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하도록 만들지 않을 수 있다. 알았니? 예…

-9학년 마음공부 시간에 벼락 같이 주신 말씀. “버리다”는 영어 “기브 업”(give up)을 문자 그대로 읽으면 “위로(up) 주다(give)”다. 그렇다, 무엇을 버리는 것은 그것을 한님께 바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네가 사랑하는 외아들 이사악을 데리고 모리야 땅으로 가서 …나에게 번제물로 바치라”고 하셨다. 오, 한님, 저에게는 당신께 바칠 것이 없습니다. 제 것인 무엇이 없어서예요. 제가 이 사실을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7학년 마음공부 마치고 학교에서 생일 케이크에 촛불 켜고 축하해준다. 어머니한테 더없이 큰 고통과 더없이 큰 기쁨을 안겨드린 날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중요한 건 순서다, 먼저 고통이고 나중에 기쁨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 거꾸로는 아니다.

-사랑어린학교 졸업식. 늘 그랬지만 올해도 잔잔한 감동이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감동이 더 깊고 은근하다. 한님께 감사. 이 사람들 모두 사랑어린 사람, 사랑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 밥 먹는 것으로 사랑하고 길 가는 것으로 사랑하는 그런 사람 되게 해달라고, 아니 그런 사람 되는 길을 가르치고 배우는 이 학교 설립자이신 당신을 잘 도와드릴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달라고.

순천 사랑어린학교 학부모들과 마음공부를 하는 아무개 이현주 목사. 사진 사랑어린학교 제공

-3시 예배에 가는 길, 모든 예상과 기대가 완벽하게 어긋나 결국 해룡에서 학교까지 비를 맞으며 걷는다. 괜찮다, 아무렇지 않다. 평정심이란 이런 것인가? 고마울 따름이다. 이 걸음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걷고 싶다고, 걷다가 목적지에 이르지 못한 채 중도에 죽어도 좋다고,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이 걸음으로 걷게 해달라고, 기도가 절로 나온다.

-광양 이순신대교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기도의 힘’(틱낫한)을 읽는다. “우리가 우리를 보호하고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몸에 병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병들지 않고 건강하기만 바랄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질병들과 더불어 평화롭고 기쁘게 살아야 합니다.” 아무나 듣고 소화할 수 있는 말도 아니지만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말도 아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할 말이다, 세상이야 듣거나 말거나.

이현주 목사의 아무개 일기

***이 시리즈는 전남 순천사랑어린학교장 김민해 목사가 발간하는 <월간 풍경소리>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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