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언제든 일본 정부와 대화 나눌 준비 돼 있어"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며 “역지사지의 자세로 머리를 맞대면 과거의 문제도 얼마든지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우리가 넘어야 할 유일한 장애물은, 때때로 과거의 문제를 미래의 문제와 분리하지 못하고 뒤섞음으로써 미래의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및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 등과 맞물려 한·일관계가 경색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일본에 다시 한번 유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3각 협력을 중시하고 있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서도 일본의 협력이 필수라는 점을 고려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다만 이날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마지막 해에 접어들고 일본의 냉랭한 태도로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가운데 상황 관리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일본과 우리 사이에 과거 불행했던 역사가 있었고 우리는 역사를 잊지 못한다. 가해자는 잊을 수 있어도 피해자는 잊지 못하는 법”이라면서도 “그러나 100년이 지난 지금 양국은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이웃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며 교훈을 얻어야 하나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 과거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 정부는 언제나 피해자 중심주의의 입장에서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고,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한일 양국의 협력과 미래발전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사 문제와 현실적 협력을 분리해 다루자는 ‘투트랙’ 접근법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바라보며 함께 걷고 있다”며 “올해 열리게 될 도쿄 올림픽은 한일간, 남북간, 북일간, 그리고 북미간의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며 “나아가 한일 양국이 코로나로 타격받은 경제를 회복하고, 더 굳건한 협력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질서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에 북한이 참여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참여를 시작으로 북한이 역내 국가와 협력하고 교류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동북아방역협력체는 지난해 한국 주도로 출범한 다자협력 기구로 미국·중국·러시아·몽골이 참여했으며, 현재 일본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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