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폭력, 참된 스포츠교육으로 예방하자 [서울대 최의창 교수 긴급 기고]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2021. 3. 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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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최의창 교수

우리 집 막내는 초등생 때까지 아토피로 고생했다. 이십 대가 된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불쑥불쑥 재발한다. 집안이 건조해지거나 먹는 것이 맞지 않을 적에 그렇다. 아토피는 환경과 섭식이 원인이면서 동시에 치료법이라는 말이 맞다. 사는 환경과 먹는 습관을 바꿈으로써 억누를 수는 있지만, 완전히 없애기는 어려운 상태다.

스포츠 폭력이 다시 이슈다. 여자 프로배구에서 촉발된 사건이 남자 프로배구를 넘어 프로야구·축구까지 번지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연 초만 되면 어김없이 들이닥치는 신년 뉴스가 돼버렸다. 새로운 것이 있다면, 종목과 가해자의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빙상 종목에서 구기 종목으로, 코치와 감독에서 트레이너와 선수로까지 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제도와 규정을 강화했고 인권교육과 인성교육을 강제했다. 가해자인 코치와 감독과 선수들이 제자이건 후배이건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나쁜 짓인 줄 모르는 사람들인 것처럼, 인권에 관한 지식과 규정을 강의를 통해서 가르치고 주입하려 들고 있다. 아마추어건 프로건 간에 상관없이 매년 관련 교육을 수강 완료해야만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규를 강화했다.

당연히 스포츠 폭력 사태가 벌칙 규정의 강화와 함께 스포츠 인권교육과 인성교육이라는 조처로 진정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동시에, 이것만이 최선이자 효과적인 방법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학교교육에서 12년간 받는 도덕교육으로도 우리 사회의 인성 문제나 폭력 문제는 감소나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현실이 암담하다. 학교에서의 폭행, 직장에서의 갑질, 사회에서의 착취 등만 보더라도 인간들의 폭력성은 불치병, 최소한 난치병인 듯하다.

스포츠 폭력은 환경과 섭식으로 발생하는 아토피와 같다. 발본색원해 없앨 수는 없고 환경과 섭식을 통해서 억누를 수만 있는 난치병 말이다. 제도와 규정을 강화하고 인권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것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조처는 매일 섭취하는 음식을 바꾸는 것이다. 선수와 감독에게 있어서 스포츠 훈련과 경기가 바로 그 음식이다. 운동 훈련의 방식과 경기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폭력 아토피는 계속 발생하게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리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금메달은 모든 것이 용서되는 면죄부라고 강조하는, 또는 선수는 내가 키웠으며 선수의 성공은 내가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행동과 사고방식이 만연하는 스포츠 훈련과 시합의 과정은 폭력 아토피 발생의 온상이 된다. 운동을 이러한 방식으로 배우고 연습하며, 그렇게 쌓은 기술과 정신으로 경기를 실행하게 될 때, 폭력 아토피는 선수는 물론 감독의 전신으로 번져나가게 된다.

아토피를 없애기 위해서 사는 곳의 벽지와 커텐을 바꾸고 공기청정기를 구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매일 먹는 음식을 유기농과 건강식으로 교체해야 한다. 스포츠인은 스포츠 그 자체를 제대로 배워야만 한다. 올바른 배구와 참된 축구를 연습하고 연마해야 한다. 배구의 기술은 물론 배구의 정신까지도 습득해 그것이 자신의 몸과 마음의 일부분, 즉 습성이 되도록 해야만 한다. 선수와 감독은 사후에 덧붙여진 인성교육과 인권교육보다는, 최우선적으로 올바른 배구를 연습하고, 참된 축구를 시합하는 방법과 태도를 갖춰야만 한다.

스포츠 폭력에 대해서는 스포츠교육이 근본적인 답이다. 올바른 스포츠를 제대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야말로 스포츠 폭력을 사전에 예방하고, 발생 즉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치료약이다. 이 일을 당사자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보호자가 환경과 섭식 조건을 마련해줘도, 당사자 본인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수용 없이 실질적 치료란 불가능하다. 코치와 감독들을 문제유발자로 취급하지 말고 문제 해결자로 대우해야만 한다.

주체적 문제해결자로서 성장하기 위한 최우선 조처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코치전문조직의 설립을 적극 지원해주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 코치는 중요한 국가 전문인력이 되어가고 있다. 영국(SportsCoachUK), 캐나다(Canadian Association of Coaches), 호주(National Coaching Council), EU(European Coaching Council) 등에서는 이미 국가지원 코치전문조직들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높은 전문성을 가진 스포츠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일과 삶의 터전인 스포츠 현장을 스스로 개선하는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

새로운 백 년을 기약하는 대한체육회는 이제 스포츠교육을 최우선 과업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20여 개나 되는 전문위원회에 교육위원회는 물론 코치위원회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대한체육회는 코치와 감독들이 주축이 되어, 세계 10위권 유지가 아니라, 올바른 스포츠를 가르치고 배우는 세계적 스포츠교육이 펼쳐지는 곳으로 한국의 체육현장이 환골탈태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두 번째 한국체육 백 년, 스포츠교육으로 다시 시작하자.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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