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주사기로 1~2명 더 접종? 쥐어짜기 주사에 현장은 혼란..의료사고 우려도

전북 군산시 풍림파마텍에서 지난 18일 업체 직원들이 최소잔여형(LDS) 주사기를 생산하는 모습. 질병관리청이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바이알(병)당 접종인원을 현장에서 1∼2명 늘릴 수 있도록 허용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을 시작한 뒤 국내에서 접종 인원 논란이 일고 있다. 방역 당국이 한국형 ‘특수 주사기’를 활용하면 바이알(주사용 유리 용기)당 최대 7명까지 접종할 수 있다는 공문을 일선 현장에 보내놓고서도, 논란이 일자 접종인원 확대는 공식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섣부른 접종 인원 확대 방침이 현장에 혼란을 주고 자칫 의료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이 나온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이틀째, 화이자 백신이 처음 접종된 지난달 27일 질병관리청은 일선 의료기관에 백신 1바이알 당 접종인원 접종 후 잔여량이 있으면 현장에서 판단에 따라 추가 접종을 할 수 있다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추진단은 공문에서 "최소 잔여형 멸균 주사기 사용시 1바이알당 접종 권고 인원수에 대한 접종 이후 잔여량이 남게 되면 폐기량 감소를 위해 잔여량으로 추가 접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화이자 백신은 1바이알(병) 당 6명,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바이알 당 10명이 권장 접종 대상자다. 하지만 원액을 희석해 사용하는 과정에서 화이자 백신은 7명,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0명 이상 접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날 오전 9시부터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진행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선 화이자 백신 1바이알당 7명이 접종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접종 현장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화이자 백신 1바이알당) 0.45㏄ 정도인데 1.8㏄ 생리식염수를 섞으면 2.2㏄가 된다"며 "(1인당) 0.3㏄를 맞으면 7인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를 방문, 현황보고를 받으며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최소 잔여량 주사기(LDS)를 사용할 경우 1바이알당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0명, 화이자 백신은 7명이 접종받을 수 있다. LDS는 피스톤과 바늘 사이 공간이 거의 없도록 제작돼 주사기에 남아 버려지는 약물 잔량을 최소화한 주사기다. 백신 초도물량 접종에는 모두 LDS 주사기가 사용된다. 총 67만개가 보급됐다.

이에 현장에서는 일제히 걱정 섞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무엇보다 냉동 보관을 원칙으로 하는 화이자 백신은 사전예약자 수에 맞춰 정확한 물량을 접종 전날 밤 해동해야 하는데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었다.

정부가 백신이 국내에 충분히 도입된다고 했는데도 ‘백신 쥐어짜기’ 시도를 하며 논란을 더 만든다는 비판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잔여량 접종과 관련해서는 현장 상황에 따라서 판단을 하는 거고, 잔여량 접종 자체가 의무사항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 같은 애매모호한 당국의 입장에 의료진에 접종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드시 7회분을 쥐어짤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정부가 잔여량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안내하는 것 자체가 백신 접종 현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일부 화이자 백신 1병당 7명을 투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 일각에선 "바이알엔 눈금 표시가 없으니 잔여량이 0.3㎖인지 아닌지 눈대중으로 확인하라는 소리"라며 "주사기에 넣은 뒤에 0.28, 0.29㎖로 나오면 멀쩡한 주사기만 하나 버리게 되는 셈"이라고 비판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7번째 분량은 앞서 6명 분량이 부정확하게 추출된 경우 충분한 양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며 "6명을 접종하고 남은 분량을 눈으로 알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접종 현장이 백신 잔여량 때문에 너무 빡빡하게 돌아가면 의료진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착오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예로 화이자 1병에 1회 접종량에 약간 못 미치는 0.28mL가 남을 경우 부족한 양을 채우기 위해 기존 용기에서 백신을 추출한 주사기로 새로운 용기에서 백신을 추출하는 행위를 하면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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