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남자는 집, 여자는 살림' 인식 여전..신혼집 자금 40%는 부모 지원, 남편측 기여 80%

김수미 2021. 3. 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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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혼부부 10쌍 중 7쌍은 부모 도움 받아"
신혼집 전체비용의 40% 부모지원, 1억원 이상 지원 부모 25%
남편측 조달 금액 79.7%로, 부인측 기여보다 3배 이상 많아
"부모지원 남성자녀에 편향, 특정 성에 차별적인 결과 초래"
 
신혼부부 10쌍 중 7쌍은 신혼집을 마련에 부모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주거자금 중 부모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이 40%에 달해 자기자금, 대출금 등 자금 원천요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남편측 부모지원 비중이 큰 가운데 자녀의 신혼집 마련에 1억원 이상을 지원하는 부모도 약 25%에 달했다.

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신혼부부의 주거자금 조달방식과 부모 지원의 젠더-계층적 성격’ 연구(최선영·오신휘·박종서)에 따르면 최근 7년이내((2012년 8월∼2019년 7월) 결혼한 1779가구가 신혼집을 구하는데 든 비용은 평균 1억9500여만원(2015년 가격으로 환산)이었다. 자가는 2억6244만원, 전세보증금은 1억8048만원, 월세 보증금은 5239만원이다.

이중 신혼부부가 직접 모은 자기자금은 6716만원, 부모 지원 7616만원, 대출금 4960만원이었다. 부모 지원이 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10가구 중 7가구는 신혼집 마련에 부모지원을 받았고, 나머지 3가구 정도는 양쪽 부모 중 어느 쪽의 지원도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남편측에서 부모가 전혀 지원하지 않는 경우는 42.3%, 부인측에서는 그 수치가 79.0%에 이르렀다.

부모 지원을 받더라도 그 규모와 비중은 계층수준에 따라 편차가 매우 컸다. 특히 남편측 부모의 지원은 양극화된 양상을 보였다.

전혀 지원이 없는 경우가 다수(42.3%)인 상황에서 ‘9000만원 이상 1억2000만원 미만을 지원’하는 경우가 9.7%, ‘1억2000만원 이상’이 14.2%로 약 1억원 이상을 집값에 보태준 부모가 전체의 약 25%에 달했다. ‘3000만원 미만 지원’은 7.7%였다. 반면 부인측 부모 중 ‘9000만원 이상’의 고액을 지원한 경우는 약 6% 정도였다.

연구원은 “부부 10쌍 중 7쌍이 부모에게 지원받았다는 사실은 한국사회에서 결혼을 통한 주거 독립과정이 여전히 사적 자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상위계층이 부모세대의 부를 자녀세대로 되물림하기 위한 수단으로 결혼주거자금을 증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뉴스1
이 연구에서는 구체적으로 부모가 전체 자금의 50% 이상 지원하는 경우를 ‘의존형’, 50% 미만 지원은 ‘자립형’으로 나누고, 남편부모와 부인부모의 상대적 기여율을 기준으로 ‘남편측 편향’, ‘아내측 편향’, ‘부부 공동형’ 등 7개 유형으로 세분화했다.

그 결과 남편주도 자립형이 35.6%로 가장 많고, 남편측 부모 의존형이 23.5%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대출(18.0%), 부부 공동자금 자립형(10.4%), 아내주도 자립형(4.1%), 아내측 부모 의존형(4.0%), 양측 부모 의존형(3.2%) 순이었다.

신혼집 비용도 남성측 기여가 여전히 압도적이다. 남편측이 조달한 금액이 전체의 79.7%에 달하고 부인측은 20.3% 기여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주거자금의 기여에 있어 남편측과 부인측의 격차는 ‘남자는 집 을 마련하고, 여자는 살림 마련’이라는 관습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전체 결혼주거자금 총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모 지원이 남편측 부모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결혼 당사자들간에도 남편의 기여가 부인의 기여보다 약 3배가량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성격의 부모 지원은 남편측 부모에 의한 남성자녀 지원에 편향돼 있는데, 이는 세대 관계와 부부 관계 모두에서 특정 성에 차별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신혼집 마련에 부모 지원 비중이 커지면 부의 세습으로 세대 내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기나 결혼초기 불평등은 이후 누적 효과를 낼 수 있다. 연구원은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지원정책 목표 중 하나로 자금조달의 탈가족화라는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결혼 여부가 아닌 연령 기준으로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자립 지원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수미 기자 leolo@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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