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인간'에 출산 기능까지 탑재되었을 줄이야!..인간은 일할 필요 없는 세상이 'AI 진화'의 끝일까

고은이 2021. 3. 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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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읽는 경제학
시네마노믹스
(38) 블레이드러너 2049 (上)


“맞춤형으로 주문 가능합니다. 채굴지에서 사용하실 거면 지능이나 애정, 매력에 돈을 쓰실 필요는 없죠. 접대형 모델을 추가하신다면 모를까.”

영화 ‘블레이드러너 2049’엔 리플리컨트 구매를 위한 상담 장면이 나온다. 리플리컨트는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간형 로봇이다. 2049년 기업들은 인간을 채용하는 대신 업무에 최적화된 리플리컨트를 구매한다. 사는 것도 쉽지만 폐기도 쉽다. 리플리컨트 독점 제조기업인 월레스사(社)는 자신있게 외친다. “리플리컨트를 많이 보유할수록 인간의 삶은 윤택해질 겁니다.”

 리플리컨트 경찰 K

주인공 K(라이언 고슬링 분)는 구형 리플리컨트 제품을 ‘퇴직’시키는 업무를 맡은 특수경찰이다. 퇴직을 거부하며 도망친 리플리컨트들을 찾아내 강제로 폐기하는 일을 한다. K 또한 리플리컨트다. 인간들에겐 ‘껍데기’라고 조롱받고, 리플리컨트들은 그를 꺼린다. K는 둘 중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외톨이다.

K가 사는 곳은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그가 타고 다니는 스피너(비행자동차)는 자율주행 차량이다. 손을 안 대도 알아서 움직인다. 스피너에 부착된 드론은 음성 인식으로 촬영 뒤 실시간 전송이 가능하다. 퇴근한 K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조이(아나 디 아르마스 분)도 사람이 아니라 월레스가 제작한 홀로그램이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다 해드립니다’라는 광고 문구로 여기저기에서 팔리는 제품. K에게 조이는 유일한 가족이자 사랑스러운 연인이다.

 ‘오프월드’는 인간의 유토피아

영화 속에서 유토피아처럼 언급되는 ‘오프월드(우주 식민지)’는 상류층 인간들이 오염된 지구를 떠나 이주한 곳이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신기술 도입으로 생산 효율성이 폭발적으로 높아지자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는 인간들이 옮겨갔다. 리플리컨트가 대신 일하기에 인간은 노동하지 않고도 삶을 영위할 수 있다.

현실에서도 4차 산업혁명으로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경제 패러다임이 크게 뒤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낙관적 전망은 산업 구조가 선진적으로 전환되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며, 평균적인 삶의 수준이 높아질 것이란 예측이다. 영화 속 월레스사는 유전공학(GM) 식량을 연구해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한다. 구형 리플리컨트 업체를 인수해 인간에게 복종하는 신형 리플리컨트 개발에도 성공한다. 월레스 회장은 “우리가 문명의 도약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월레스의 남은 바람은 여러 해 동안의 연구개발(R&D)에도 아직 확보하지 못한 리플리컨트 생식 기술을 개발하는 것뿐이다.

평소처럼 폐기 업무를 진행하던 K는 우연히 한 구형 리플리컨트 유골에서 출산 흔적을 발견한다. 상사의 지시에 따라 해당 생식 기술로 태어난 아이를 찾아 나선 K. 아이가 겪은 일들이 자신의 오랜 기억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의 홀로그램 연인인 조이는 K가 바로 그 아이임을 확신한다. “당신은 특별해. 제작된 게 아니라 태어났잖아.” ‘특별하다’는 말에 늘 덤덤하던 K도 감정의 동요를 보인다.

 지구에 남겨진 사람은…

오프월드 이주권을 얻지 못해 지구에 남은 인간들도 있다. 이들은 리플리컨트와 뒤섞여 고된 삶을 산다. 기술 혁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량 실업이 발생하고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일각의 비관적 전망이 영화 속에 나타난 것이다.

기술 혁신이 만들어낸 실업을 ‘기술적 실업’이라고 한다. 자동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면 트럭 운전사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드론 배송이 실현되면 택배기사들이 실직자가 되는 식이다. 일자리가 사라져 소득을 잃는 사람이 많아지면 경제의 큰 축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노동을 통한 소득→소득을 바탕으로 한 소비→경제 활성화(사회 유지)로 이어지는 경제 순환 구조 자체가 엉켜버리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발생할 실업자들의 재교육과 소득 보장을 위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부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각에선 ‘로봇세’를 걷자는 주장도 나온다. 사람 대신 로봇을 사용하는 기업에 로봇 숫자만큼 세금을 부과해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 쓰자는 것이다. 로봇세가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기업의 기술개발 의지를 꺾어 제2의 ‘붉은깃발법(19세기 후반 자동차 속도가 마차보다 빨라선 안 된다고 정했던 규제)’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신기술 확보 나선 월레스

월레스사가 생식 기능을 갖춘 구형 리플리컨트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상황은 긴박하게 흐른다. 월레스는 이 기술이 새로운 혁명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본다. 신기술 확보를 위해 이른바 ‘기적의 아이’를 추적한다. 그 시각 K는 정체성 혼란에 빠져 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로 생각되는 인물의 흔적을 비밀리에 찾아 나선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소개한 ‘콘트라티예프 파동’(그래프)에 따르면 경기는 45~60년의 기간을 두고 크게 순환한다. 이 순환을 만드는 건 기술 혁신이다. 통상적으로 제품을 개발해 표준화될 때까지 기업 매출은 증가한다. 그래서 이 시기엔 기업가의 혁신 동력이 약하다. 하지만 시장에서 품질 표준이 형성되고 제품이 ‘일반적인 상품’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소비자는 열광에 대한 대가로 추가금을 낼 의향이 없다. 위기감을 느낀 기업들은 신기술에 투자하고, 혁신이 이뤄지면 새로운 활황이 시작된다. 1780년대의 섬유산업, 1840년대 증기기관과 철도, 1890년대 전력, 1940년대 자동차, 1990년대 컴퓨터 기술이 그렇게 출현했다.

고은이 한국경제신문 기자 koko@hankyung.com

 NIE 포인트

① 조지프 슘페터가 얘기한 ‘창조적 파괴’가 자본주의의 성장동력인 이유는 무엇일까.

②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인간은 일을 안 해도 되는 편한 세상이 될까, 실업자가 늘어나 우울한 세상이 될까.

③ 인간과 매우 흡사한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서라면 출산 등 생식기능까지 갖출 수 있게 만들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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