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김정숙 여사도 반한 모어댄"..폐차가 가방으로 변신 '기적' 어떻게?

배지윤 기자 2021. 3. 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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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현 대표 "세계 유일, 가방 1개 만들면 물 최대 1만L 아껴요"
"업사이클링으로 사회적 가치 실현..명품, 사회적 기준 바꾸고 싶다"
최이현 모어댄 대표가 파주 하우스오브컨티뉴에서 뉴스1과 인터뷰 하고 있다. © News1 이승아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매년 쓰레기 매립장에 묻히는 폐기물이 수십만 톤에 달한다. 그는 두고 볼 수만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다. 아이디어가 번뜩했다. 매일같이 폐차에서 나오는 쓰레기로 가방을 만들기로 했다. 다음날부터 매일 같이 폐차장을 나섰다. 1년간 폐차장 주인들을 설득했다. 결국 각고의 노력 끝에 최초의 폐차량의 자투리 가죽·에어백·안전벨트로 가방을 만들었다. 최이현 모어댄 대표의 얘기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업사이클링(새활용) 가방 브랜드 '컨티뉴'를 만든 그는 누구일까. 지난 24일 경기도 파주시 하우스오브컨티뉴에서 만난 최 대표는 "자동차에서 재활용 불가능한 소재로 업사이클링(새활용)하는 회사는 모어댄이 유일하다"며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가방 1개 제작시 물 1만ℓ 절약…"사회적 가치 실현"

"영국에서 석사 과정을 밟을 때 마지막 논문 주제로 자동차 폐기물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바로 이거다' 싶었죠. 그래서 귀국 후 창업했습니다. 지난 2014년도부터는 1년간 (폐차 안전 용품 확보를 위해) 폐차장을 다녔어요. 2015년부터는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최 대표가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둔 건 오래 전 부터였다. 영국에서 사회적책임(CSR)을 공부한 그에게 모어댄 창업은 '숙명'이었던 셈이다. 물론 첫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폐차량에서 나오는 부품 확보가 쉬울 것이란 그의 생각은 오산이었다. 폐차장 직원들은 낯선이들을 반기지 않았다.

"폐차장 입장에선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이니 당연히 고마워하리라 생각했죠. 이런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어요. 외부인이 달갑지 않았던 겁니다. 그래서 1년을 그냥 다녔어요. 그쯤 되니 폐차장에서 의자만 가져가는 업체를 알았어요. 해당 업체에서 대량으로 버려진 의자를 수거하게 된 것이죠. 그때부터 일이 좀 더 수월해졌습니다."

버려진 폐차 용품을 수거하니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다음 관문은 '디자인'이었다. 아무리 좋은 의미를 담은 제품이더라도 디자인이나 활용성이 좋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란 점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최 대표는 디자이너부터 패션계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 본사 출신 디자이너를 직원으로 스카웃했어요. 또 가방 전문가인 40여명의 장인 분들을 영입했습니다. 버려진 소재를 재활용하다 보니 사용성에서 한계가 있어 경험이 많은 전문가를 영입해 개발하며 디자인의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다.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절약할 수 있었다. 버려진 차량 용품으로 가방 1개를 생산하면 5000~1만ℓ의 물을 절약할 수 있었다. 별도의 염색도 하지 않았다. 세척을 할 때도 빗물을 받아 사용했다. 염색과 세척에 들어가는 물을 대폭 절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방 1개를 만들 때 평균 1만ℓ의 물을 아낄 수 있습니다. 별도의 염색도 하지 않습니다. 간단한 세척만 합니다. 세척 시에도 빗물을 사용합니다. 가방 하나를 제작할 때마다 1~2㎏정도 매립 비용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감축할 수 있습니다."

카페 하우스오브컨티뉴 지하에 위치한 모어댄 제품 쇼룸. © News1 이승아 기자

◇김정숙 영부인·BTS도 사랑한 제품

이런 과정을 거쳐 컨티뉴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7년부터다.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RM)가 컨티뉴의 가방을 멘 모습이 포착되며 입소문을 탔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최태원 SK 회장도 한 간담회에서 컨티뉴 제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유명해졌다.

"어느날 컨티뉴 온라인몰에서 주문이 급격히 늘어나 놀랐어요. 알고보니 BTS RM·스웨덴 국왕님께서 직접 컨티뉴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었습니다. 저희도 몰랐어요. 모어댄 처럼 작은 스타트업이 모델로 모시기 어려운 분들인데 자연스럽게 제품 홍보가 된 셈이죠."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일에도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설을 앞두고 찾은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에서도 컨티뉴의 지갑을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며 판매량이 늘었다. '친환경'이란 사회적 가치를 담은 제품이다보니 자연스레 유명 인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김정숙 여사가 문재인 대통령과 지난 10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에 방문해 모어댄 지갑을 들고 시장을 둘러보는 모습. 2021.2.1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모어댄을 주목한 건 유명인사만이 아니다. 테슬라·포르쉐부터 현대자동차까지 글로벌 굴지의 완성차 업체들도 모어댄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제로 웨이스트'를 목표로 삼는 테슬라는 차량 제작 시 남은 자투리 소재를 새활용하기 위해 모어댄을 본사로 초청했다.

"테슬라에서 차량 내장 디자인을 한 뒤 남은 자투리 소재를 재처리할 방안을 고민하던 차에 모어댄이 소개됐다고 합니다. 모어댄은 테슬라의 초청을 받아 본사에 방문했어요. 자투리 소재로 직원들의 사원증·지갑을 제작했습니다. 최근엔 현대차와도 협업 중입니다."

이 같은 노력에 최근 모어댄은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아벨라워 크래프트맨십 어워드' 첫 번째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간 실천해온 환경적·사회적 가치가 공감을 얻은 것이다. 최 대표도 "사회적 실천을 공감해 주고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를 함께해 준다는 점이 뜻 깊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최 대표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장기적으로 '명품'의 사회적 기준을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고가의 브랜드라고 해서 명품이라는 타이틀을 얻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 핸드백이나 지갑에 명품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환경'이란 주제로 명품의 기준을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가방을 잘 만든다고 해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소재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모어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경쟁사를 고객사로 만들어서 그들로 하여금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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