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원숭이 꽃신', 부당해도 비싸도 '앱' 켠다

최지웅 기자 2021. 3. 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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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해외로 떠버린 'K-유니콘'.. 한국은 호구?③] 이런 내가 싫어도.. 플랫폼에 사로잡힌 삶

[편집자주]국내시장에서 성장한 유니콘 기업이 해외로 이탈하고 있다. 독일 기업에 지분을 판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에 이어 쿠팡마저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선택하며 이들 기업의 성장 토대가 된 한국은 씁쓸한 입맛만 다시게 됐다. 특히 쿠팡이 국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미국 상장은 ‘국부 유출’이란 비판까지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쿠팡의 미국 상장을 두고 “한국 유니콘의 쾌거”라고 자찬했지만 정치권과 학계 반응은 냉담하다. 오히려 투자업계에선 ‘쿠팡은 한국을 떠나는 유니콘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K-유니콘은 왜 한국이 아닌 해외로 시선을 돌리는 것일까.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뉴스1

“원숭이 어르신, 이 꽃신을 신어보십시오. 그냥 드리겠습니다.”

故 정휘창 선생이 펴낸 동화 ‘원숭이 꽃신’에서 오소리는 먹을 것이 풍부해 유유자적한 삶을 살던 원숭이에게 꽃신을 선물한다. 원숭이가 가지고 있는 먹거리를 얻어낼 궁리를 하다가 꾀를 낸 것이다. 원숭이는 꽃신이 필요 없었으나 선물이라기에 받아 신었다. 발도 편하고 정말 좋았다.

그러다 꽃신이 다 떨어져 맨발로 다녀야 했다. 어느 날 냇가에서 돌멩이를 밟아보니 매우 아팠다. 그때 오소리가 다가와 “도와드릴 수 있지만 공짜로 드릴 순 없습니다”라고 했다. 원숭이는 오소리에게 꽃신을 받고 잣 다섯 송이를 줬다. 하지만 얼마 뒤 꽃신이 또 해졌다. 원숭이는 이젠 꽃신 없인 돌아다니지도 못할 지경이 됐다.

이번엔 원숭이가 오소리를 찾아 새로운 꽃신을 요구했다. 오소리는 꽃신 가격이 올랐다며 대가로 잣 열 송이를 받았다. 겨울이 됐을 때 또 꽃신이 떨어진 원숭이는 오소리에게 잣 백 송이를 주고 구매했다. 이듬해 봄이 왔을 때 꽃신이 다시 필요했으나 더 이상 잣이 없었다. 가을에 잣을 주겠다며 외상 구매를 요청하자 오소리는 오백 송이를 요구했다. 원숭이가 잣을 모두 거둬도 삼백 송이 밖엔 안된다고 하자 오소리는 나머지 대가로 자신의 집 청소를 하라고 했다. 오소리는 하늘을 쳐다보며 소리 없이 웃었다.

동화 ‘원숭이 꽃신’ 이야기가 대형 이커머스업체와 배달앱을 중심으로 현실로 재현되고 있다. 시장 진입 초기 이들 기업은 꽃신을 베푸는 오소리처럼 좋은 친구이자 조력자로 평가됐다. 아무도 이들 업체의 호의에 의구심을 품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인 투자로 이커머스 생태계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애당초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론 ‘록인’(Lock-in) 효과가 발생했다. 당장 큰 손실을 보더라도 납품·배송 등의 참여자와 소비자를 자신의 서비스에 묶어 두는 ‘원숭이 꽃신’과 같은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참여자는 빠져나오려 해도 매출 등을 감안할 때 시도하기 어렵다. 편리함에 심취한 소비자 역시 계속 이용하게 된다.

코로나19 사태로 배달업계가 호황을 맞고 있지만 일부 배달원의 몰지각한 태도는 해당 업계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진=뉴스1



부당하지만 매출 생각에 다시…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간편식을 판매하는 A업체는 최근 대형 이커머스 B사와 거래를 끊었다. B사가 소비자 편익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최저가 판매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서다. A업체 관계자는 “제품 재고나 월 매출 상황 등에 따라 일시적으로 가격을 낮춰 납품할 수 있지만 최저가를 상시적으로 유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B사를 떠난 이후 A업체의 매출은 반토막났다.

이 업체는 현재 급감한 매출을 되살릴 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B사 만한 온라인쇼핑몰을 찾기 쉽지 않다”며 “다시 입점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을’인 파트너사는 B사가 대규모 플랫폼 제공업자의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가격 인하와 불공정 거래를 요구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일부 기업은 과도한 갑질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B사를 제소하고 거래마저 중단했다. 4대 그룹 계열인 C사가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현재 B사를 떠나 한 포털과 대형 택배사 동맹에 합류했다. C사처럼 어느 정도 규모와 자본력을 갖춘 기업이기에 가능했던 처사다.

하지만 자본력이 없는 소규모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규모 기업은 B사와 지속적으로 거래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일방적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B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 플랫폼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A업체처럼 부당함을 참지 못하고 해당 이커머스를 떠나도 실적이나 매출이 떨어지면 다시 찾을 가능성이 높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B사 같은 플랫폼 제공업체와 갈등을 빚어도 늘어나는 수익을 보면 파트너사는 결국 상품을 공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꽃신에 익숙해진 원숭이처럼 파트너사도 대형 이커머스 없이 돈을 벌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달앱을 이용하는 모습. /사진=머니S




배달료 싫어도 배달앱 켠다



배달 서비스를 종종 이용하는 D씨는 최근 배달 주문한 치킨을 그대로 버릴 수밖에 없었다. 배달 음식 겉포장지가 살짝 뜯어졌고 치킨 몇 조각이 부족해 배달원이 음식에 손을 댔다고 판단했다. D씨는 화가 나서 음식점에 항의했지만 계약된 배달업체의 잘못이란 변명만 들었다. D씨는 기분이 상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식이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다른 음식점에 배달을 시키기 위해 배달앱을 켰다.

국내 배달앱들은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고 코로나19로 경영난에 빠진 외식업체의 숨통을 트는 데 크게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배달시장이 성장하면서 비싼 앱 수수료와 서비스 질 저하 등 문제점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배달앱 이용에 따른 수수료가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다수의 음식점이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소비자에게 배달료를 청구하거나 음식값을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탓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배달업계가 호황을 맞고 있지만 일부 배달원의 몰지각한 태도는 해당 업계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배달원 실수로 배달이 늦어지거나 잘못된 주소로 음식이 가는 것은 애교에 가깝다. 배달 음식을 몰래 빼먹고 일부러 문 앞까지 음식을 배달하지 않는 등 무책임한 행동이 계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짜장면을 시키면 음식값만 받고 배달료는 무료였지만 배달앱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무료 배달은 옛말이 돼가고 있다”면서 “배달앱에 대한 불만은 계속 나오겠지만 편리함에 빠진 이용자들은 배달앱을 다시 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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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웅 기자 jway091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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