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뽑기로 게이머 등친 '확률형 아이템'..게임업계 사면초가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수익원인 '확률형 아이템‘ 공개 의무화를 두고 논란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정치권과 일부 이용자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을 방지하기 위해 공개를 주장하는 반면, 게임업계는 게임산업 발전에 저해 요소가 될 것이란 이유로 반발한다. 최근 정부·여당이 확률형 아이템 규제의 칼을 빼들면서 게임업계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이용자에게 강한 캐릭터나 좋은 무기를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뽑기’ 형식으로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국내에선 넥슨이 2005년 메이플스토리에 '부화기'로 불리는 확률형 아이템을 적용한 게 시작점이다. 이후 국내 게임업체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단순 뽑기뿐 아니라 무기 강화, 캐릭터 수집 등에도 적용해 수익을 늘려왔다.
그러나 이용자의 현질(현금구매)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사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M에 새로운 확률형 아이템 '신화 무기'를 도입하면서 사행성 규제 조치가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신화 무기를 뽑기 위해선 최소 1억원 이상을 써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용자들은 게임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돈을 지불해서라도 '확률형 아이템'을 이용해 무기를 얻으려 한다. 낮은 확률이지만 원하는 아이템을 뽑기 위해 계속 돈을 써야 한다.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적게는 수만, 수십만원을 쓰는 게 보통이다. 소위 ‘전설급’, ‘신화급’ 아이템을 뽑으려고 수천만원, 수억원을 지불하기도 한다. 사행성 논란이 불거진 이유다.
하지만 일부 게임사들은 '이중 뽑기'를 도입해 첫 번째 확률을 공개하고, 두 번째 확률은 공개하지 않는다. 이런 편법이 이용자들의 불만을 키웠고, 트럭 시위로 분출되기도 했다. 넥슨 '마비노기' 이용자들은 확률형 아이템 투명성 제고 등 운영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달 말부타 넥슨 본사나 국회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넷마블 등 다른 게임사들 앞에서도 이용자들이 주최한 트럭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공개가 사업자에게 과도한 의무와 책임을 지게 하는 규제라고 본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법 개정안의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는 게임산업 진흥이라기보다는 규제에 가깝다”고 밝혔다.
게임업계에선 자율규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의 신뢰를 얻어가는 과도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유료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고 있고, '천장'(특정 아이템 획득 상한선)을 도입하는 등 무리한 과금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나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해 법률로 규제하는 것은 게임의 완성도와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아이템 확률을 규제하는 것은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연구한 영업비밀이자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내에서도 온도차는 있다. 또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자칫 법률로 게임을 규제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고 자칫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게임 산업의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어 신중해야한다"면서도 "확률형 아이템에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졌다면 막기 어려운 만큼 자율규제틀 또는 최소한의 규제 안에서 수용하는 식의 절충점을 모색하는게 타당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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