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하게 시키는 세상..커지는 '게으름뱅이 경제' [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중국에서 ‘란런’(懶人·게으름뱅이) 경제가 확산되고 있다. 영어로는 'Lazy Economy'(게으른 경제)로 번역할 수 있는, 란런경제는 배달음식 주문 등 돈을 내고 시간을 아끼거나 로봇청소기 등 가사노동을 대신해 주는 편리한 제품을 소비하는 걸 뜻한다.
란런경제에서 소비자가 아끼거나 피할 수 있는 건 ‘시간’이나 ‘가사노동’ 부담이다. 시간은 현대인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가사노동은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란런경제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건 배달음식, 로봇청소기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하는 시간이 늘면서 중국의 란런경제는 크게 성장하는 계기를 맞았다. 중국 직장인들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46시간으로 적지 않은 점도 란런경제 발달에 일조했다.
집으로 배달하는 상품 중 가장 대표적인 건 배달음식이다. 전통적인 가정은 시장에서 장을 보고 저녁을 준비하고 설거지하는 데 시간과 정성을 많이 들였다. 중국 란런경제는 이 과정을 생략하고 배달앱을 사용한다.
중국 인터넷기업은 ‘996’(오전9시부터 오후9시까지, 1주일에 6일 근무)이 유행어가 될 만큼 강한 노동강도로 악명 높다. 녹초가 돼서 집에 돌아와서 손도 까딱할 힘이 없는 데 언제 밥을 하겠는가.
중국 최대 배달앱인 메이퇀디엔핑의 왕씽 회장은 2018년 9월 메이퇀이 홍콩증시에 상장할 때 “지난 1년 동안 메이퇀에서 돈을 지불한 3억4000만명에게 감사한다”며 “모든 사람이 돈을 자기가 원하는 생활을 위해 돈을 썼을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들이 바로 중국의 란런경제를 대표하는 주인공이다.
이들은 누굴까. 바로 향후 중국의 소비를 이끌 MZ세대(밀레니얼+Z 세대)가 란런경제의 핵심이다. 배달앱 사용은 18~25세와 26~30세가 각각 36.1%와 22.5%를 차지할 정도로 90년대 생인 '지우링허우'(九零後)가 주축이다. 배달앱 사용의 58.6%를 차지하는 이들 젊은층을 잡는 자가 란런경제의 과실을 얻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언택트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면서 배달앱 사용자수는 5억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중국 배달음식 주문수량은 171억2000만건으로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5억명이 한 명당 34번씩 배달음식을 주문한 셈이다. 배달음식 주문증가로 온라인 매출이 요식업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20%로 커졌다.
최대 수혜주는 메이퇀디엔핑이다. 메이퇀디엔핑 주가는 지난해 3월말 한때 70홍콩달러까지 하락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콕’으로 매출이 성장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 25일 메이퇀은 370.4홍콩달러로 거래를 마쳤으며 시가총액만 2조1800억 홍콩달러(약 310조원)에 달한다.
또한 중국 도시 가정의 로봇청소기 침투율은 6%에 불과해, 미국(13.5%)의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로봇청소기 판매가 늘어나면서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로봇청소기 업체인 에코백스(Ecovacs)와 샤오미 로봇청소기를 생산하는 로보락(Roborock)은 대박을 쳤다. 특히 에코백스는 로봇청소기 이외에도 로봇창문청소기와 요리로봇도 생산하고 있는데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최대 422% 증가한 6억3000만위안(약 107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란런경제는 이름처럼 게으른 소비 행태라기보다는 기존 소비에서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소비행태다.
중국 MZ세대가 추구하는 건 생활의 질과 효율성이다. 그래서 중국 MZ세대가 구매하는 건 시간을 절약하는 서비스와 제품이다. 이들은 배달앱을 사용해서 밥할 시간을 아끼고 인터넷으로 장을 봐서 시장 갈 시간을 절약하고 로봇청소기 등 스마트가전을 이용해서 가사노동의 짐을 덜어낸다.
앞으로도 중국 MZ세대가 대표하는 란런경제는 커질 전망이다. 나이 어린 세대가 속속 MZ세대로 진입하고 있으며 나이 많은 연령층에서도 란런경제로 진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현재 5억명 수준인 란런경제 규모가 8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의 소비를 잡기 위해서는 이들 8억명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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