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 "故김현식 보면 살리에리 된 기분, 분석해도 못 따라갔다"(아카이브K)[어제TV]

박정민 2021. 3. 1. 05: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 박정민 기자]

'아카이브K'에서 故 김현식을 비롯한 동아기획 소속 가수에 대한 의미있는 기록을 남겼다.

2월 28일 방송된 S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K'에서는 동아기획 사단에 대해 재조명했다.

동아기획의 또 다른 전설은 故 김현식이었다. 이문세는 "내가 살리에리가 된 기분이었다. 그 사람은 무덤덤하게 자기 길을 가는데 나는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도 못 따라가는 그런 느낌이었다"며 김현식에 대해 말했다.

김현식은 봄여름가을겨울과 함께하기도 했다. 김종진은 "현식이 형은 밴드 뮤지션이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그래서 사장님한테 3집은 밴드로 하겠다고 제안했다더라"라고 밝혔다. 방배동 한 카페에서 장기호와 김종진이 즉석 연주를 했고, 입소문이 나 연예인도 많이 났다고. 이를 본 김현식이 김종진에게 함께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김종진은 "밴드를 꾸리면서 형이 많이 했던 이야기가 있다. 밴드라서 잘하려고 하는 건 이해하는데 음악을 잘해야만 음악가냐고 하더라. 고뇌하는 게 음악가라고 했다. 그걸 말해준 건 30대 초반의 나이였다. 내 나이 50이 돼서야 그걸 깨달았다. 진짜 천재였던 것 같다"며 극찬했다.

김현식 3집을 끝으로 이들은 헤어졌다. 장기호는 빛과 소금을 결성했고, 김종진은 고 전태관과 봄여름가을겨울으로 활동했다. 김종진은 "등 떠밀려서 보컬했다. 도저히 보컬할 재량은 아닌데 어쩔 수 없이 했다. 노래하고 싶은 노랫말이 터져나와서 곡을 썼다. 그걸 태관이 앞에서 불렀더니 이 노래를 잘 부를 사람은 나밖에 없다더라. 망해도 되니까 하고 싶은대로 하자고 했다"고 1집 비하인드를 밝혔다. 이후 발매한 2집 '어떤이의 꿈'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빛과 소금 '샴푸의 요정'도 히트했다. 장기호는 "송병준 씨랑 광고 BGM을 제작하던 시절에 드라마 '샴푸의 요정' 주제가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원래 제가 노래하려고 한 게 아니었다. 조규찬 같은 친구를 찾고 있었고, 내 목소리로 가이드 녹음을 했다. 그런데 황인뢰 감독님이 듣고 가수가 누군지 묻더니 그대로 가자고 했다. 그때 내가 만들고 부른 노래도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현철은 20살에 작곡가로 활동했다. 장필순은 "나이를 떠나서 음악이 어른스러웠다. 20살, 21살 음악 하는 친구들이 하는 음악은 아니었다. 모든 앨범의 프로듀싱은 김현철 씨가 맡아서 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굉장한 실력과 감각을 가진 친구였다"고 칭찬했다.

김현철은 동물원 '시청 앞 지하철역 앞에서' 세션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동물원 멤버 김창기는 "세션맨을 김현철이라는 어린애를 데리고 왔더라. 왜 어린애를 데리고 왔냐고 했는데 잘하더라. 전주에 캐럴 같은 것도 현철이가 만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영석은 "고 유재하 선배님 음악을 들었을 때 이건 뭐지 했는데 김현철 씨 음악을 듣고 '얜 또 뭐야'라고 했다"며 실력을 칭찬했다.

하지만 김현철은 노래할 생각이 없었다고. 김현철은 "당시에는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름에 대표님이 보자고 했을 때 유학 가겠다고 거절했다. 대표님 입장에서는 제안을 거절해서 약이 올랐던 것 같다. 두 번째로 영입 제안을 했는데 저한테 골프 가방을 주면서 집에 가서 열어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가방에는 현금 3000만 원이 만 원짜리로 들어있었다고. 김현철이 계약금을 받은 시기는 1989년으로 당시 강남 아파트 한 채가 오천만 원이던 시절이었다. 김현철은 "너무 겁이 났다. 침대 밑에 넣어놓고 어떡하지 했는데 엄마가 내 방을 치우다가 본 거다. 훔친 건 줄 알고 집에 들어갔더니 울고 불고 난리가 났더라. 내가 하는 말 듣고 경찰서에 자수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설명하고, 1집을 냈다"고 웃픈 일화를 전했다.

동아기획의 정신적 지주는 고 조동진이었다. 김현철은 "조동진 선배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조규찬은 "옆에서 말없이 있어주는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장필순은 "제 세대 때는 부모님이 열심히 노래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반대도 많이 했고, 특히 아버지는 많이 반대했다. 그랬을 때 가장 힘이 돼준 노래가 '제비꽃'이었다"며 고 조동진의 노래와 얽힌 사연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너는 아주 평화로웠다는 단어 한 마디가 편안한 눈물을 만들어줬다. 그 노래를 밤새 들었던 기억 때문에 그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덕분에 부모님도 저를 이해해 주고 지금은 기특하게도 수십 년 노래하고 있다고 봐주고 있다. 인생 노래다"며 애틋함을 드러냈다.

김현철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서로를 도와가며 음악을 만들었던 뮤지션들, 음악을 믿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기획자, 음악을 뜨겁게 사랑해 준 패밀리까지 이들 모두를 동아기획 사단이라고 불렀다. 지금 우리가 흩어진 이들을 기록하는 이유는 좋은 음악에 대한 믿음 하나로 전설의 뮤지션들이 스스로 모인 최초의 음악 집단 형태, 오늘날 크루의 시초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순수한 열정이 오래오래 기억되길 바란다"며 동아기획 사단을 기록했다.

(사진=S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K' 캡처)

뉴스엔 박정민 odult@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