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백신 지각 확보가 낳은 풍경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 백신이 든 병엔 한 병으로 5명이 맞을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주사기 피스톤과 바늘 사이의 공간이 거의 없는 ‘최소 잔여형(LDS) 주사기’를 쓰면 한 병으로 6명에게 주사할 수 있다. 귀하디 귀한 백신이라 한 병으로 6명을 접종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최대 6명 투여를 권고했다.
▶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28일 “전날 화이자 백신을 접종해 본 결과, 대부분 한 병당 (1회 접종 용량인) 0.3mL가 남아 7명에게 접종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화이자 백신을 해동하면 0.45mL 정도인데, 여기에 1.8mL의 생리식염수를 섞으면 총량이 2.25mL라 1회 접종 용량을 0.3mL로 하면 7인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병당 접종 인원을 이렇게 늘려 쓸 경우 세계 처음이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자칫 1인당 접종 분량이 기준에 미달할 수 있다”, “초정밀 양을 뽑아야 하는 간호사 업무가 과중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백신 분배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는 지난 24일부터 전 세계에 백신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프리카 가나·코트디부아르에 이어서 세 번째로 백신을 공급받았다. 코백스를 통해 화이자 백신을 받는 것은 우리가 처음이다. 코백스는 선진국들이 내는 돈으로 백신을 구입해 주로 중·저개발국 국가에 지원하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다. 한 방역 전문가는 “화이자 백신을 상징적인 물량이라도 2월 내에 도착하는 모양새를 갖추려고 얼마나 애를 썼을지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현재 확보해놓은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AZ) 157만회분과 화이자 12만회분이다. 정부 공언대로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최소 3500만명이 두 번씩(얀센은 한 번) 맞아야 한다. 하루 30만명꼴이다. 우리 손에 쥔 AZ는 닷새분, 화이자는 한나절 분량이다. 3월에 코백스를 통해 두 백신이 좀 더 들어올 예정이지만 제때 들어올지는 불확실하다. 모더나 백신 등이 들어오는 5월까지는 짧게는 1개월, 길게는 2개월 가까운 백신 공백이 생길 수 있다. 미국은 요즘 하루 170만명씩 백신을 맞는데, 우리 첫날 접종은 그 100분의 1 정도였다.
▶이 모두가 정부의 백신 확보가 늦어지면서 생긴 풍경이다. 지난해 여름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백신을 구매하는 계약을 맺을 때 우리 정부가 손 놓고 있어서 생긴 결과들이다. 지금도 백신 접종 지연 우려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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