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코로나, 외환위기와 달라야

최정묵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 2021. 3. 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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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97년 외환위기. 우리나라는 당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아 4년 뒤 외환위기에서 벗어났지만, 환란이라 이름 붙일 만큼 고통이 뒤따랐다. 수많은 회사가 부도로 무너졌고 경영위기를 맞았다. 대량해고와 경기 악화로 사지에 내몰린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 국민은 나라의 부채를 갚기 위해 집 안에 두었던 돌 반지와 목걸이 등 227t의 금을 내놓았다. 이 일은 국민의 자발적인 희생정신을 대표하는 사례로 지금까지 해외 언론에서 소개되고 있다. 이후 국가적 대전환을 통해 세계적인 정보통신 강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생긴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2위의 상처는 지금도 아물지 않고 있다.

최정묵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

2020년 코로나 위기. 우리나라는 다시 심각한 고통을 겪으며 코로나19 국난에 대처하고 있다. 초기엔 마스크 대란을 겪었고, 지금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 초·중·고·대학의 등교 중지, 관광업의 몰락, 항공업의 심각한 경영위기, 자영업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국민은 정부 방침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연대하며 코로나19 대응의 세계적인 모범국을 만들었다. K방역은 전 세계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데이터·인공지능·디지털 등을 앞세운 국가적 대전환을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은 코로나19 발생 이전 해와 비교하여 2배로 증가했다. 도움의 손길을 어디로 뻗어야 하는지 모르는 국민은 더 많을 것이다.

최근 국제기구와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경파괴로 인한 성장 여력의 감소, 기후위기, 전염병 발생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가치에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주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국내 모임에 다녀왔다. 사회적 가치 확산과 관련한 기업·정부·시민사회의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모두 사회적 가치 확산의 필요성엔 공감했지만, 공감한 만큼의 연대의식과 책임의식 및 공동의 역할분담 노력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20년 코로나 위기는 기업·정부·시민사회가 주도하고 지원하며 용인했던 일국적이면서도 지구적인 사회경제체제에서 벌어진 문제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 모두의 자기성찰이 근본적인 해법의 출발점일 수 있다. 이제 막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볼 여력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한국의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주요 7개국 수준이었지만, 유엔이 발표한 ‘2020 세계행복보고서’의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한국은 61위를 기록했다. 금 모으기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연대의식과 책임의식을 보여준 우리 국민의 성적표다. 또다시 국가는 성공했는데 국민은 실패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홍익표 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사회적 가치 기본법의 실천과제엔 인간의 기본권, 안전, 노동, 사회통합, 환경 등의 가치가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중 으뜸 가치는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기본 권리로서 인권의 보호, 행복추구권, 안정적 주거생활 보장 등이다. 코로나 이후, 사회적 가치가 대한민국 미래 청사진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면, IMF 경제위기 때의 실수를 반복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지금은 더 많은 국민지원 정책이 쏟아져 나와야 할 때이다. 국가와 국민 모두 성공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최정묵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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