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夜] '아카이브K' 조동진→김현철, 대한민국 아티스트 크루의 시초 '동아기획 사단'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대한민국 아티스트 크루의 시초 동아기획 사단을 조명했다.
28일에 방송된 S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 K'(이하 '아카이브 K')에서는 1980-90년대 언더그라운드의 메카 '동아기획 사단'을 기록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방송에서 가수 하동균은 故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 무대를 재현했다. 무대를 마친 그는 "저는 한참 후배이고 동아기획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선배님들과 같은 곳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긴장은 됐지만 선배님들이 뒤에 서 있는 게 더욱 힘이 되었다"라고 말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김현식과 봄 여름 가을 겨울로 활동했던 밴드는 이후 봄 여름 가을 겨울과 빛과 소금으로 분리됐다. 특출 난 보컬 김현식의 그늘을 벗어난 두 팀은 각각 김종진과 장기호가 보컬이 되어 자신들만의 음악을 펼쳤다.
방송에서는 대한민국 100대 명반 중 하나로 꼽히는 '빛과 소금' 1집의 '샴푸의 요정' 무대가 펼쳐졌다. 장기호는 "당시 송병준 씨와 광고 음악을 제작했는데, 드라마 주제가 의뢰를 받아서 만들게 됐다"라고 곡의 탄생 배경을 밝혔다.
그는 "곡을 만들고 원래 내가 노래를 하려던 게 아니다. 조규찬 같은 친구를 찾으면서 내가 먼저 가이드를 녹음했는데 담당 드라마 PD 황인뢰 감독이 가이드 버전을 듣고는 신선하다며 그대로 가자고 했다. 그렇게 녹음을 하게 됐고 내가 만들고 내가 부른 노래도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활동하는데 힘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곡이 발매되고 30년이 흐른 지금에도 사랑받고 있는 '샴푸의 요정'은 많은 후배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하기도 했다. 이에 장기호는 "후배들의 무대는 감개무량하다. 빛과 소금의 해석 방법을 넘어서 다른 감성으로 표현한 것을 듣는 재미도 있다"라고 했다.
이어 동아기획 사단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괴물 같은 애기를 떠올렸다. 들국화 최성원의 요청으로 박학기의 곡을 작곡하게 된 괴물 같은 애기는 바로 20살의 김현철.
장필순은 당시 김현철에 대해 "나이를 떠나 음악이 어른스러웠다. 보통 내공이 아니었다"라고 떠올렸다. 이후 장필순은 21세의 김현철이 작곡한 '어느새'라는 곡으로 솔로 데뷔를 하게 됐다. 특히 이 앨범의 전체 프로듀싱은 김현철이 담당했던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유영석은 "처음 유재하의 음악을 듣고 '이건 뭐지' 했는데 김현철의 음악을 듣고 '얜 또 뭐야' 싶었다"라며 그의 등장이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김현철의 천재성은 대단했다. 그는 21세 때부터 유재하 가요제의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던 것.
이에 함춘호는 "김영 사장님이 정말 김현철을 예뻐했다"라고 했다. 김현철은 "당시에는 가수 할 생각이 없었다. 유학을 준비하던 시기에 계약 제안을 받아서 거절했다"라며 "그때 대장님(김영 대표)이 약이 올랐던 것 같다. 두 번째 만남에서 보스턴 백을 쥐어주며 집에 가서 열어보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현철은 "가방을 열어보니 만 원짜리 지폐로 계약금이 들어있었다. 계약금은 3천만 원이었다"라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당시 강남 아파트 한 채가 5천만 원 하던 시절에 계약금 3천만 원은 엄청나게 큰돈이었던 것.
이에 김현철은 "너무 큰돈이라 겁이 났다. 그래서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침대 밑에 뒀는데 엄마가 방을 치우다 보고 오해를 했다. 집에 갔더니 엄마가 내가 나쁜 일을 한 줄 알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났더라"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도 털어놓았다.
동아기획은 여러 면에서 선두에 섰다. 당시 동아기획의 팬클럽 '동아기획 패밀리'는 가수 개인의 팬클럽이 아닌 레이블 팬클럽의 개념으로 한국 최초의 기획사 팬클럽이었다. 당시 회원이었다는 유리상자 이세준은 "이 카드가 있으면 동아기획 가수들의 공연 할인이 되고 소식지들이 오고 그랬다"라고 설명했다.
동아기획의 음악은 남다른 사운드가 강점이었다. 하이 퀄리티의 사운드를 중시하는 김영 대표는 소속사의 모든 앨범 녹음을 동부이촌동의 서울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1946년에 설립된 국내 최초의 리코딩 사운드 믹싱 스튜디오인 서울 스튜디오는 당시 다른 스튜디오에 비해 시설이며 여러 면에서 앞서 있었고 이용 요금도 훨씬 비쌌다.
또한 서울 스튜디오의 사장인 최세영은 전설적인 녹음 엔지니어로 동아기획의 앨범 녹음을 주도했다. 2 채널 녹음이 기본이던 시대에 서울 스튜디오는 24 채널 녹음 방식을 고수했고, 이에 남다른 사운드가 나왔던 것. 특히 서울 스튜디오에서는 녹음 후 바로 사운드 믹싱을 거쳐 자체 LP판까지 제작해 청음회를 거쳐 사운드를 점검했다.
이에 최세영 엔지니어는 "엔지니어로서 당연한 것이다. 이미 다른 해외에서는 그렇게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건 없다고 생각했다"라며 사운드에 집착한 이유를 공개했다.
동아기획은 계약 방식도 남달랐다. 바로 아티스트 추천제를 거치는 것. 가수들이 가수들을 섭외하는 방식으로 사단을 늘려갔다. 김현철은 조동익에 의해 계약을 했고, 김현철은 이소라를 소개하는 식이었던 것. 이는 동아기획이 단순한 소속사가 아닌 아티스트 크루라는 것을 의미했다.
동아기획 사단의 구심점은 한국 포크 음악의 대부 조동진이 있었다. 많은 후배들은 그의 음악에 대해 "듣는 사람들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음악을 만들었다. 여백과 공간, 듣는 이가 나를 한 번 더 들여다보고 물러나서 바라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노랫말들이었다"라고 했다. 그리고 여행스케치는 그의 존재에 대해 김민기와 더불어 작사를 작시의 수준까지 올린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박학기는 조동진에 대해 "말이 없는데 조용한 카리스마를 가진 분이었다.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의 곁에 가면 그늘에 있는 것 같았다"라며 많은 후배들이 그를 따른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이날 장필순은 자신의 방황하던 시절을 버티게 해 준 인생 곡인 조동진의 '제비꽃'을 열창하며 그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장필순은 "그 노래를 밤새 들었던 기억 때문에 걱정 많던 시간을 잘 보냈다. 그렇게 잘 버틴 덕에 부모님들도 이해하고 이제는 수십 년을 오래 하고 있구나 하고 인정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이날 '아카이브 K'는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서로를 도와가며 소신 있게 음악을 만들어갔던 뮤지션들, 그들을 믿고 추자를 아끼지 않았던 기획자, 그리고 그들의 음악을 뜨겁게 사랑해준 동아기획 패밀리까지 이 모두를 동아기획 사단이라 부른다고 기록했다.
그리고 좋은 음악의 힘에 대한 믿음 하나로 전설의 뮤지션들이 스스로 모인 최초 음악 집단이자 오늘날 크루의 시초, 동아기획 사단의 순수한 열정이 한국 대중 음악사에 오래오래 기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제는 흩어진 동아기획 사단을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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