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K 주사기'의 마법

주춘렬 2021. 2. 28.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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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생노동성은 2월 중순 미국 화이자 백신 접종을 앞두고 깜짝 놀랐다.

애초 화이자와 '백신 1병당 6명 접종' 기준으로 총 7200만명분을 공급 받기로 계약했는데 자국 주사기로는 1병당 5명밖에 접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주사기 구매 착오로 1200만명분의 백신이 폐기돼 접종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화이자 측은 통화 말미에 일반주사기로는 백신의 20%가 낭비돼 고민이라고 털어놨고 삼성은 곧바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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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생노동성은 2월 중순 미국 화이자 백신 접종을 앞두고 깜짝 놀랐다. 애초 화이자와 ‘백신 1병당 6명 접종’ 기준으로 총 7200만명분을 공급 받기로 계약했는데 자국 주사기로는 1병당 5명밖에 접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주사기 구매 착오로 1200만명분의 백신이 폐기돼 접종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그런 고민을 우리나라는 단번에 해결했다. 국내 업체들이 폐기 백신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스톤(밀대)과 바늘 사이 공간을 거의 없앤 최소잔여형(LDS) 주사기를 개발해 대량 양산체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K 주사기’ ‘쥐어짜기 주사기’라 불리는 이 제품은 일반 주사기와 비교해 가격이 1.5∼2배 정도 비싸다. LDS 주사기 활용 때 화이자 접종 인원이 병당 5명에서 6∼7명으로, 아스트라제네카도 병당 10명에서 11∼12명까지 늘어난다. 대표적인 업체가 전북 군산에 위치한 풍림파마텍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풍림파마텍의 혁신 성과 뒤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부의 상생협력이 있었다”고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사연인즉 이랬다. 지난해 12월 삼성 측 임원은 화이자 임원과 간신히 영상통화를 할 수 있었다. 당시 삼성은 백신 도입을 위해 전방위로 뛰었고 이 통화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개인적 친분이 크게 작용했다. 화이자 측은 통화 말미에 일반주사기로는 백신의 20%가 낭비돼 고민이라고 털어놨고 삼성은 곧바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삼성은 가장 적합한 업체로 풍림파마텍을 찾아냈고 전문가 30여명까지 현장에 투입해 1개월 만에 월 1000만대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그 사이 LDS 주사기는 1월 중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내 사용허가에 이어 2월 중순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긴급사용승인까지 받았다. 삼성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앞서 삼성은 비슷한 지원으로 마스크와 진단키트 제조혁신에 기여한 바 있다.

다급해진 일본 정부는 2월 중순 풍림파마텍에 8000만개의 주사기 구매를 요청했고, 세계 20여 개국에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정부의 무능 탓에 백신 도입·접종이 한참 뒤처졌지만 민간의 방역역량은 세계 최고임이 틀림없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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