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 "무면허라도 괜찮아" 왕복 8차로 달리고 주차까지.txt

서효정 기자 2021. 2. 28.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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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저 무면허인데요.." 왕복 8차로 달리고 아파트 주차 연습까지.txt

"선배, 제가 이런 것을 받았는데요. 연락해볼까 솔깃하긴 합니다."

대학생 인턴이 저한테 어느 날 명함을 하나 건넸습니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보고 나오는 길에 어떤 남성에게서 받은 것인데, 장내기능과 도로주행시험을 볼 수 있도록 50만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연습 시켜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원은 100만원 가까이 들어 비싸고, 실내 운전연습장은 저렴한 대신 실제 차를 운전할 수 없습니다. 돈이 넉넉하지 않은 대학생 입장에서 끌리는 제안이었습니다.
운전면허 불법 개인교습

"이거 불법 아니야?"

운전 면허 특성상 허가를 받은 학원이 아니고서 돈을 받고 교습을 하는 것은 모두 불법입니다. 무면허자에게 운전대를 맡겨야 하는데, 허가 받지 않은 사람이 다른 차의 움직임을 통제하고 연습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강사로 등록된 사람도 학원 외 장소에서 장내기능시험 연습을 시켜줄 수 없습니다. 장내기능을 합격한 뒤 연습면허가 나온 상태에선 부모나 지인이 봐줄 수는 있습니다. 단, 돈이 오가면 안됩니다.) 사고를 냈을 경우 보험 문제도 있습니다. 저희 인턴기자처럼 많은 이들이 솔깃해서 넘어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전화를 해봤습니다.

장내기능과 도로주행까지 모두 강습을 시켜줄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날짜를 잡았습니다. 선생님은 A운전면허시험장 주차장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시험 접수를 하고 시작하려는 것인가?' 약속한 날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대뜸 기자에게 차를 타라고 하더니 차 안에서 어떤게 브레이크고 어떤게 악셀인지 설명을 합니다. 그러더니 운전석으로 자리를 바꿔 차를 몰아보라고 합니다. 그렇게 면허가 없는 기자가 면허시험장 주차장에서 몇 바퀴를 돌았습니다.

운전면허 불법 개인교습

더 놀랄만한 것은 도로로 나가보라는 말이었습니다. 이제 연습이 좀 됐다며 신호를 받고 도로로 나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면허시험장 앞 도로는 차가 쌩쌩 달리는 왕복 8차로였습니다. 그 부근은 초등학교가 있어 학생들도 많이 다니는 어린이 보호구역이기도 합니다. 무서웠지만 겨우 5분 정도를 달려 근처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운전면허 불법 개인교습

"여기서 연습을 하나요?"

복도식 아파트의 좁은 주차장이었습니다. 동과 동 사이 언덕에선 경사로 올라가는 연습을 하고, 아파트 라인 앞에서는 직선 코스 연습을 하자고 했습니다. 주차된 차량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면서는 주차연습을 했습니다. 뭐랄까요. 그곳은 이미 작은 장내기능시험장이었습니다. 차량 앞뒤로 끊임없이 눈싸움을 하는 아이들과 택배 차량,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들이 오갔습니다. 눈 때문에 바퀴가 잘 돌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혹시나 사고를 낼까 조마조마했습니다.

운전면허 불법 개인교습

이렇게 해도 문제가 되진 않는 것일까? 주차장은 도로가 아니라서 무면허자가 차를 몰아도 괜찮다며 안심시킵니다. 자기한테 이렇게 수업 받는 수강생이 많다고 했습니다. 주민들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합니다. 본인은 경기도 A학원에서 운전학원 강사를 하는 사람이라며, 도로주행에 감독관으로 들어가기도 한다고 자기만 믿으면 된다고 하더군요.

과연 그의 말들이 사실일까요? 제가 직접 경찰청 면허계장에게 문의했습니다. 주차장이더라도 사람과 차가 통행을 할 경우 도로로 인정돼 도로교통법을 적용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즉, 면허가 없는 사람이 도로나 다름 없는 곳에서 운전을 하게 되는 셈. 사고가 나면 도로와 똑같은 처벌을 받습니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놀랐던 것은, 그는 운전학원 강사도, 감독관도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알고보니 B학원에서 학원 홍보차 고용한 영업사원이었습니다. 면허시험장에서 학원 홍보를 하도록 구역을 정해줬는데, 사람들에겐 강사라고 하면서 개인강습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운전면허 불법 개인교습

그에게 기자라는 것을 밝히자 그의 대답은 "속이다니 실망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수강생들은 시키는대로 하는데 불법은 아닌지 등을 왜 묻는지 이상했다"고 합니다. 그런 것을 묻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뜻입니다. 결국 "코로나19 때문에 사정이 어려워져 수입을 얻어보려고 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속사정을 듣고나니 마음은 아팠지만, 그래도 사람들을 속이면서 법을 어기고 일을 하시면 안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운전면허 불법 개인교습

경찰청과 한국운전학원연합회에 따르면, 이렇게 무등록 개인운전교습을 받겠다고 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돈만 받고 잠적을 하거나 사고가 났을 때 보험처리가 안 돼 거액을 물어내야 하고, 불친절, 성추행 등을 겪었다는 신고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법의 영역 밖에서 운영되는 부분이기에 구제도 어렵습니다. 특히 우려스러웠던 것은 결국 이런 유혹에 혹하는 사람들도 상대적으로 돈이 궁한 학생들이나 저소득층이 아닐까 싶어서였습니다. 학원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이런 홍보에도 솔깃하는 것이겠죠. 다음엔 운전학원 수강료에 대해서도 좀 취재를 해봐야겠습니다.
운전면허 불법 개인교습

(※서효정 기자에게 취재 요청하고 싶은게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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