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낙인' 인헌고 학생 조사도 않고.. 인권위 "인권침해 아니다"

김영준 기자 2021. 2. 2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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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의 '정치편향' 진정 기각
교내행사서 반일구호 외치게하고 교사가 조국 비판 학생에게 "일베"

교내 행사에서 학생들에게 반일(反日) 구호를 외치게 하고, 조국 전 법무장관을 비판한 학생에게 ‘일베(극우 성향 커뮤니티) 하느냐'고 묻는 등 ‘정치 편향’ 논란을 빚었던 서울 관악구 인헌고 사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문제가 됐던 사실들은 인정하면서도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문제를 제기했던 당시 학생들은 “피해자에 대한 조사도 없이 내린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8일 인권위는 ‘인헌고 학생들의 양심의 자유가 침해당했다’며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진정 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리고, 이를 최근 당사자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진정서에는 인헌고가 2019년 교내 마라톤 행사를 열면서 학생들에게 ‘일본의 경제 침략 반대’ ‘아베 정권 규탄한다' 등의 구호가 적힌 어깨띠를 만들게 하고 해당 구호를 제창하게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일부 교사가 수업 시간에 “조국 (전 법무장관) 뉴스는 가짜 뉴스니 믿지 말라”고 하고, “거짓말하는 건 조국이다”라고 말한 학생에게 “혹시 너 일베 하니”라고 면박을 주는 등 정치 편향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런 행위가 모두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학교 공식 행사에서 정치적 내용의 구호를 예시로 제시하고 학생들에게 외치도록 한 것은 부적절했으며, (조 전 장관, 일베 관련 발언은) 정당한 논거를 제시해 객관적 판단 능력을 기르게 한다는 교육 목적에도 어긋나고 그 자체로 매우 부적절한 편향성 발언”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인권위는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진정을 기각했다. 반일 구호는 학생들이 자율로 만든 데다 제창 과정에 강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조국·일베 관련 발언도 사실이지만 교사가 사과를 한 만큼 별도 구제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했던 학생들은 인권위 결정에 반발했다. 당시 인헌고 3학년생이었던 최인호(20)씨는 28일 본지 통화에서 “마라톤 행사 준비 단계부터 학교 측이 반일 구호를 예시로 제시했으며 어깨띠를 하지 않으면 완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사실상 강요에 가까웠다. ‘일베’ 발언을 한 교사의 사과도 형식적 사과였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위가 피해 학생 조사를 한 번도 하지 않고 결정을 내린 건 직무유기”라며 “인권위에 대한 행정소송과 고소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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