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가덕도 왔다 아이가" "이젠 안 속는다" 술렁이는 부산

이슬비 기자 입력 2021. 2. 28. 22:21 수정 2021. 3. 1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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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신공항 민심' 르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부산신항 다목적 부두 해양대학교 실습선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27∼28일 부산에서 만난 시민들은 여권이 특별법을 만들어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신공항 안 될 줄 알았는데 진짜 되는 거냐”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독려한 것을 두고도 “대통령까지 올 줄 몰랐다”고 했다. 애초 부산에선 코로나로 인한 경제 악화,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으로 보궐선거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정서가 강했다. 여당 내에서도 초반엔 “부산은 쉽지 않다”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 이후, 여당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공항과 정권 심판은 별개라는 분위기도 여전했다.

◇”대통령까지 가덕도 왔다 아이가”

부산시민은 가덕도 신공항이 지역 경제를 살릴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직장인 김모(37)씨는 “안 될 줄 알았는데 대통령이 와서 가덕도 싹 둘러보고 간 걸 보고 놀랐다”며 “부산에 큰 수익 내는 기업이 없어 다 죽어가는데 신공항이 들어와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했다. 취업 준비생 신모(22)씨는 “부산에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다”며 “구직하려면 부산을 떠나야 하나 생각하는데 신공항이 생기면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했다. 유권자들은 “가덕도 신공항에 적극적인 후보를 시장으로 뽑겠다” “선거용인 거 아는데, 부산 살린다는 정당에 표를 안 줄 이유는 없다”고 했다. 여야가 신공항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사전타당성 조사도 간소화한 특별법을 통과시킨 데 대해 “그렇게 추진 안 하면 신공항 못한다. 잘 밀어붙였다”는 반응도 있었다.

반면 ‘정권 심판’ 기류도 만만치 않았다. 시민은 문재인 정부가 먹고사는 문제를 방치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특히 코로나 위기로 영업 손실을 입은 자영업자들은 불만이 컸다. 부산 자갈치 시장의 50대 상인은 “가덕도 신공항이고 뭐고, 먹고살게 해주는 후보를 찍겠다”며 “관광객이 없어 설 대목에도 파리 날렸다”고 했다. 60대 택시 기사는 “수천억원 들여서 공항 만들면 뭐 하냐, 이제 안 속는다”고 했다. 주부 박모(34)씨는 “물가도 오르고 부산 집값도 치솟고 서민들 삶은 더 팍팍해졌다”고 했다.

야당의 ‘전략 부재’를 비판하는 시민도 있었다.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시민도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서 야당은 전략이 뭐냐”며 “가덕도 신공항을 지지하는 거냐 마는 거냐”고 했다. “여당은 가덕도 신공항 공약이라도 있지, 야당은 시민들에게 뭘 해줄 수 있느냐” “야당 지도부가 대구 눈치 보느라 부산은 뒷전”이라는 불만도 나왔다.

◇與 “민심 변화” 野 “정권 심판”

여당은 가덕도 신공항으로 민심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이는 정당 지지율에도 반영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2월 4주) 부산·울산·경남 18세 이상 152명을 조사한 결과(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7.9%포인트),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35%를 기록하며 국민의힘(27%)을 8%포인트 앞섰다. 같은 조사에서 지난달엔 국민의힘에 최대 14%포인트까지 뒤졌던 민주당이 ‘가덕도’ 바람을 타고 이달 초 지지율 역전을 한 것이다. 부산 지역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다들 안 된다고 했던 가덕도 신공항을 현실화시켜 야당과 확실히 차별화됐다”며 “추진력 있고 힘 있는 여당 시장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여당 선두인 김영춘 후보는 자신의 호를 가덕(加德)으로 바꾸고 “힘 있는 여당 후보가 부산의 미래를 ‘가덕’ 채우겠다”고 했다.

야당은 “그래도 바닥 민심은 정권 심판”이라면서도 긴장했다. 여야 후보 지지율 조사에선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민주당 김영춘 후보를 앞서는 상황이다. 부산 KBS·MBC가 지난 21∼22일 부산 지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조사 결과(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 ± 3.1%포인트), 양자 대결에서 박 후보는 45.8% 김 후보는33.3%였다. 박 후보는 통화에서 “가덕도 특별법이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녀보면 표심은 정권 심판”이라고 했다. 다만 박 후보는 “당 지지율이 하락하면 후보 지지율도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야당 관계자는 “야당 후보 지지가 견고하지는 않다. 막판에 디비지면(뒤집어지면) 큰일”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가덕도 신공항으로 바닥 민심에 변화가 있다고 봤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학과 교수는 “2월 말 들어 정당 지지도에서 변화는 분명히 있는데, 가덕도 신공항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다만 그것이 역전이 가능한 수준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성추행 선거에 대한 심판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차 교수는 “전임 시장 심판 프레임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부산의 관심사는 오로지 지역 경제인데, 때마침 정부·여당이 가덕도 신공항을 들고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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