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전실 폐지 4년.. 총수 '사법리스크' 여전

미전실, 정경유착 고리 비판 받아
각 계열사 자율경영 강화 등 쇄신
이재용 재수감.. 경영행보 어려움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 구속된 것을 계기로 삼성이 사실상 ‘그룹 해체’를 선언한 지 28일로 4년을 맞았다.

삼성은 계열사들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폐지하고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하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꾀해 왔다. 회사 노조를 인정하고 계열사별 자율경영이 강화되는 등 성과가 있었으나 이 부회장의 재수감으로 ‘사법 리스크’는 오히려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은 2017년 2월28일 미전실 폐지,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 전환 등을 골자로 하는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그룹 이슈를 총괄하던 총수 직속 조직인 미전실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핵심조직으로, 국정농단 사태 당시 미전실이 정경유착 연결고리가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2월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미전실을 없애겠다”고 약속했고,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된 직후 삼성이 미전실 폐지를 포함한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사장단 회의, 그룹 공채, 그룹 단위 행사 등이 모두 사라졌다.

또 삼성은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 삼성물산 등 비(非)전자 제조 계열사,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 3개 소그룹 체제를 구축해 각 계열사들의 자율경영을 강화해 왔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에 나서면서 노조활동을 허용하고 준법경영 의지를 재차 다지는 등 나름의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됐고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도 진행 중이라 재계 안팎에서는 장기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가 삼성의 경영 행보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배구조 개선이나 새로운 대형투자 등 핵심 과제는 총수가 정상적으로 경영에 임하지 못하는 비상 상황에서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 재수감 이후 준법경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검 등으로부터 미전실의 부활이 아니냐는 지적을 산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